대통령도 질타한 'ISA·주가누르기 방지' 稅개편안 어떻길래

세종=박광범 기자
2026.08.08 09:50
일반 ISA 정비 및 생산적금융 ISA 신설/그래픽=이지혜

정부의 증시 관련 세제개편안이 2년 연속 자체 수정 상황에 처했다.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와 주가누르기 방지 관련 개편안에 대한 청년과 투자자들의 비판이 계속되자 이재명 대통령이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지시하면서다.

국장에만 투자하라고?…ISA 개편안에 투자자들 반발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참모들과의 상황 점검회의에서 ISA 개편 방안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발 등을 보고 받은 뒤 "기존 혜택을 축소하는 건데, 왜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진행한 것이냐"며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가누르기 방지법안'과 관련해서도 "왜 본래의 개편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제도를 그렇게 설계한 것이냐"며 마찬가지 주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ISA는 2016년 서민들의 재산 형성을 목적으로 출시됐다. 예·적금과 펀드, 주식 등 여러가지 금융 상품을 한 계좌에서 투자할 수 있다.

3년이란 의무 가입기간이 있지만, 해지 전까지 계좌 내 수익과 손실을 합쳐 순수익에만 세금을 매긴다. 일반형은 순수익 200만원, 서민·농어민형은 400만원까지 비과세하고 초과분에도 9.9%의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 여기에 만기도 계속 연장할 수 있어 '만능 절세 통장'으로 불린다.

하지만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투자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정부가 국내주식, 국내주식형펀드, 국민성장펀드 등 이른바 '국장'에만 투자 가능한 '생산적금융 ISA'를 신설하기로 하면서 기존 ISA 혜택을 축소키로 하면서다.

먼저 기존 ISA의 계약기간을 최초 3년, 최대 5년으로 제한키로 했다. 5년마다 ISA 계좌를 해지하고 세금을 정산해야 한다는 의미다.

예컨대 5년간 ISA를 통해 500만원의 손실을 본 투자자가 이후 ISA에 재가입해 1000만원을 벌었다면 실제 순이익은 500만원이다. 하지만 정부 개편안은 앞선 손실을 감안하지 않고 두번째 가입한 ISA의 1000만원의 수익을 기준으로 세금이 계산된다. ISA의 최대 장점인 손익통산 효과가 줄어드는 셈이다.

사용하지 않은 납입한도를 다음 해로 이월하는 기능도 없어진다. 현재는 연 한도 2000만원 가운데 500만원만 ISA에 넣은 경우 남은 한도 1500만원을 이월해 다음 해 35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개편안은 쓰지 않은 1500만원 한도는 사라지고 이듬해 2000만원까지만 투자할 수 있다.

국내 증시 활성화와 함께 국민 자산 증식이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단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 사이에서 생산적금융 ISA를 부각하기 위해 기존 ISA의 혜택을 깎은 것이란 불만이 나왔다. 특히 최근 국내 증시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면서 국내 주식 장기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진 상황도 여론 악화에 불을 지폈다.

정부는 과세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한다. ISA는 서민 자산 증식이란 취지에 따라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는 가입할 수 없다. 하지만 최초 가입 이후 무기한 연장 과정에서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가 된 경우를 잡아낼 수 없는 허점이 존재한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5년 정도마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되는지, 안되는지를 확인하려는 것"이라며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가 아니라면 다시 가입할 수 있어 5년 단위 점검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연 납입한도 2000만원 미사용분 이월 폐지와 관련해선 단기·일시적 투자보다 적립식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재경부 설명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향후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을 염두에 두고 이번 ISA 개편안을 내놨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향후 국내 주식 매매차익에 과세하는 금투세를 도입할 경우에 대비해 생산적금융 ISA라는 '비과세 계좌'를 미리 만든 것 아니냔 의혹이다. 생산적금융 ISA의 가치가 금투세 도입 시 급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허점 투성이 비판 받은 '주가 누르기 방지법'도 재검토

정부 세제개편안에 담긴 '주가 누르기 방지법'도 재검토 수순을 밟게 됐다. 상속·증여세를 줄이려 일부러 주가를 낮추면 주식가치를 최소 30% 할증해 세금을 더 물리는 게 골자다.

현행법상 상장주식은 상속·증여 재산의 가액을 평가할 때 상속·증여 전후 각 2개월 동안 평균 시세가액을 기준으로 잡는다. 최대주주가 상속·증여세를 덜 내기 위해 주가를 고의로 '누르는' 행위가 반복된 이유다.

핵심은 '주가 누르기' 요건이다. 정부안은 주가 누르기 기업 추정 요건으로 최근 13개 반기 중 누적 12개 반기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이 업종별 하위 25%(코스피), 10%(코스닥)에 해당한 경우를 규정했다. 최근 1년 동안 중복상장, 교환사채 발행 등을 했거나 시가 평가액이 최근 3년간 시가보다 30% 이상 하락한 경우도 해당한다.

이를 두고 시장과 정치권이 반발했다. 기업들이 일부 기간에만 PBR 순위를 관리하는 편법을 쓸 여지가 있는 등 지나치게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 따르면 정부안에 따른 적용 기업은 코스피 84~87개, 코스닥 43개로 최대 130개에 불과하다.

여당 내에서도 공개적인 문제제기가 잇따랐다.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이미 지난해 주가 누르기 사례로 'PBR 0.8 미만'을 제시한 법안을 내놨고, 이훈기 의원도 최근 정부안을 보완한 법안을 발의했다.

이훈기 의원은 "재경부 안은 주가누르기 유인을 차단하기 보다 오히려 기업들에 주가 누르기 기업이 되지 않을 수 있는 회피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 9월 정기국회 제출 전 수정안 내놓나

이 대통령이 원점 재검토 지시에 따라 ISA 개편과 주가누르기 방지법과 관련한 정부안은 대대적 손질이 불가피해졌다.

현재 입법예고 상태인 정부 세제개편안은 오는 28일 차관회의, 다음달 1일 국무회의를 거쳐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당장 차관·국무회의 전 ISA 개편 및 주가누르기 방지법 관련 수정안을 정부가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정기국회 논의 과정에서 새로운 정부안을 제시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이 대통령이 원점 재검토를 지시한 만큼 애초 정기국회에 새로운 정부안을 올릴 가능성이 더 크다는 관측이다.

한편 이재명정부 첫해인 지난해 세제개편안에서도 정부는 증시 관련 개편안을 전격 수정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상장주식 양도소득세의 대주주 기준을 기존 종목당(시가총액)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으로 낮추면 이른바 큰손들의 연말 매도 폭탄으로 증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이재명정부가 강조해 온 주식시장으로의 '머니 무브'(Money move)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논란이 계속되자 이 대통령은 정부안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했고, 결국 정부는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조정을 없던 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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