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성 부족한데 73조? 발 빼기도 어려워진 韓

조규희 기자
2026.10.01 03:52

알래스카 투자 딜레마
총사업비 2000억달러 이내 기준엔 부합하지만…
개발 불확실성 등 고위험사업, 기업참여 미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28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아이오와에 제철소를 건립하는 계획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워싱턴 로이터=뉴스1

20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중 알래스카 LNG(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 사업규모가 540억달러(약 73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간 상업적 합리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우세했던 만큼 구체적인 투자규모가 가시화되면서 정부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정부가 세운 대미투자 원칙은 △총투자 규모 2000억달러 이내 관리 △'상업적 합리성'에 기반한 프로젝트 구성 2가지다. 지난 22일 국회 보고를 통해 공개된 주요 대미투자사업은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223억달러) △원전 8기 건설(약 1200억달러) △알래스카 LNG 개발사업 3가지다. 이 중 원전과 알래스카 프로젝트는 한미 양국의 협의를 거쳐 세부내용을 확정하는 프레임워크 성격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을 통해 거론된 알래스카 LNG 사업비(540억달러)를 합산하더라도 전체 대미투자액은 1963억달러 수준으로 정부의 첫 번째 기준인 '2000억달러 이내'에 부합한다. 다만 문제는 두 번째 원칙인 '상업적 합리성'이다.

미국 정부는 협상과정에서 한국의 알래스카 LNG 사업참여를 지속적으로 압박해왔다. 미국의 강한 요구와 관세협상 등이 맞물리면서 한국 정부대표단은 지난해 알래스카 현지를 직접 방문, 실사를 진행했다.

당시 정부의 대외적 입장은 "결정된 바 없다"였으나 내부적으로는 '사업성이 없어 참여하기 어렵다'는 기류가 지배적이었다. 총 1300㎞에 달하는 가스관 부지 대부분이 지하 영구동토층에 위치해 연중 공사가능 기간이 3~4개월에 불과한 데다 지반 안전성 확보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글로벌 에너지 메이저기업들조차 개발 불확실성과 LNG 가격 변동성, 투자금 회수위험 등을 이유로 이미 철수한 전력이 있다.

불과 1년 사이에 알래스카 프로젝트의 상업적 합리성이 대폭 개선되지는 않았다. 다만 국제 에너지시장의 환경은 급변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최근 중동 정세불안까지 겹치며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이 국정 최우선 과제로 부상했다.

이에 세제혜택과 비자발급 등 미 정부의 실질적 지원책이 담보되고 국내 기업의 시공·운영역량이 시너지를 발휘한다면 지정학적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운 장기·안정적 에너지 공급선을 확보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제시한 540억달러 규모의 알래스카 프로젝트는 투자원리금 회수장치, 이익배분 구조, LNG 우선구매권 등 확실한 상업적 합리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우리 기업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힘든 고위험 사업"이라며 "앞으로 국민설득과 국회보고 등 대내외적인 절차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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