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의 미래는 연구실 밖에 있다…한 원장이 꺼낸 '지역연구소론'

예산(충남)=정혁수 기자
입력 2026.11.05 00:00 수정 2026.11.05 00:00

-한상미 충남도농업기술원장 "연구성과, 농민의 소득과 삶의 변화로 이어져야"
-기후위기·청년농 정착 대응 지역특화연구소 필수…현장 중심 연구체계 강조

한상미 충청남도농업기술원장 /사진=정혁수

농업기술은 연구실에서 태어나지만 그 성적표는 농가에서 작성된다. 국화 신품종을 얼마나 만들었는지보다 그 기술로 농민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물어야 한다는 뜻이다.

충청남도농업기술원 한상미 원장은 "연구가 논문과 품종 등록에서 끝나지 않고 농업인의 소득과 삶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며 "국화산업의 다음 과제는 새로운 꽃의 이름이 아니라 '지역특화연구소'의 역할에 있다"고 5일 밝혔다.

한 원장은 농촌진흥청의 지역특화작목 육성사업을 지역경제를 움직이는 산업정책으로 바라본다. 중앙정부가 연구 기반과 정책 방향을 지원하면 지방의 연구소는 지역 기후와 토양, 농가 여건에 맞춰 기술을 다듬고 보급하는 식이다.

그는 "지역마다 기후와 작목, 농가 구조가 다르다"며 "지역특화연구소의 기능을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로 재배 적지가 달라지고, 이상기후가 일상이 된 상황에서 중앙의 획일적인 처방만으로는 현장의 문제를 풀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인력과 예산, 시험·실증 기반에 대한 투자 확대도 주문했다. 연구 방식도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품종을 개발한 뒤 농가에 보급하는 순서에서 벗어나 기획 단계부터 농민과 소비자의 요구를 묻고 시장성을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농가가 신품종을 선택하면 재배 상담뿐 아니라 수확 후 관리, 판로 확보까지 지원하는 체계도 구축할 계획이다.

국화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며 한 원장은 '꽃을 사는 문화'에도 주목했다. 꽃을 특별한 날에 주고받는 선물로만 여기지 않고 집과 일터에서 즐기는 생활문화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꽃꽂이 체험과 생활 속 화훼 활용을 넓혀 지속적인 수요도 만들어 내야 한다고 했다.

최근 베트남 현지에서 국산 품종을 생산하는 시도에는 기회와 위험이 함께 있다. 생산비를 낮추고 우량한 삽수를 확보할 수 있지만 국내 농가와 경쟁하는 구조가 될 가능성도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원장은 "해외 생산이 국내 농가와 경쟁하는 방향이 아니라 농가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전략을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해외 품종보호와 안정적인 품질·공급 체계도 선결 과제로 꼽았다.

폭염과 일손 부족에 대응하는 해법으로는 고온 적응성 품종과 스마트농업을 제시했다. 온도·습도·빛을 자동 제어하고 노동력을 덜어주는 기술을 농가 규모에 맞게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농촌진흥청에서 양봉 연구와 기술개발을 담당했던 한 원장은 분야가 달라도 연구의 출발점은 같다고 했다. 현장의 문제를 먼저 듣고 개발한 기술이 실제 산업에 쓰이도록 하는 일이다. 중앙과 지방의 연구협력을 강화하고 기술이전과 품종보호까지 연결하겠다는 구상도 그 연장선에 있다.

한상미 원장은 "작목 하나가 지역의 일자리가 되려면 생산기술뿐 아니라 안정적인 판로가 필요하다"며 "지역특화작목이 청년농의 정착과 지역상권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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