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전국한우능력평가대회 285두 출품…우수 개량기술 현장 확산 강조
-유전체·AI로 생산비 낮추고 맛·환경까지 개량…농가소득·소비자 신뢰 과제

한우 한 마리를 대회에 내놓기까지 농민은 5년 전부터 계획교배를 준비하고, 송아지가 태어난 뒤 약 30개월간을 먹이고 돌본다. 경매장에서 매겨지는 가격에는 사육자의 긴 시간과 개량기술이 함께 담긴다.
그러나 '최고의 소'를 가리는 일이 일부 농가의 성과를 보여주는 데 그쳐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윤 한국종축개량협회 회장은 "확인된 우수한 개량성과와 사육기술이 일부 선도농가에 머물지 않고 더 많은 농가에게 확산돼야 한다"고 4일 강조했다.
최고급 한우의 가치가 농가 전반의 소득으로 이어지려면 개량기술 보급과 함께 고급육의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받는 유통시장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올해 29회째를 맞는 전국한우능력평가대회에는 전국에서 한우 285두가 출품됐다. 1993년 처음 시작된 이 대회는 외모만 겨루는 품평회와 다르다. 실제 출하된 소의 도체를 놓고 육질과 육량, 생산성, 시장 가치를 종합 평가하고 경매 결과까지 확인한다.
이 회장은 "한우 개량의 성과를 확인하고 개량의 척도와 방향을 제시하는 게 바로 전국한우능력평가대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가 주목한 변화는 '마블링 중심'에서 '균형 있는 개량'으로의 전환이다. 과거에는 도체중이나 근내지방도처럼 특정 형질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육질과 육량은 물론 사료효율, 번식능력, 환경 부담까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소비자가 원하는 품질을 유지하면서 농가의 생산비와 환경부담을 줄이는 것이 앞으로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수단이 유전체 분석과 인공지능(AI)이다. 협회는 혈통·성적 자료에 유전체 정보를 더해 개체의 유전능력을 조기에 파악하고, 농가의 계획교배와 우수 개체 선발을 돕고 있다.
사료섭취량과 체중 변화, 건강 상태 같은 현장 정보에 AI를 적용하면 개체별 맞춤형 사양관리도 가능하다.
독자들의 PICK
지금 5,419명 읽는 중
이 회장은 "농가의 세심한 관찰과 기록, 경험이야 말로 출품축의 유전적 잠재력을 실제 성적으로 이어주는 핵심 요소"라며 "아무리 우수한 유전자를 지녔더라도 농민의 정성과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좋은 한우를 생산하기 어렵다"고 했다.
높은 한우 가격에 대한 소비자 부담도 피할 수 없는 문제다. 그는 단순한 품질 고급화만으로 수입 쇠고기와 경쟁하기 어렵다고 봤다. 생산비를 낮추는 개량, 다양한 가격대와 부위의 공급, 사육기간 단축과 숙성기술 고도화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같은 등급이어도 맛과 풍미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등급판정 외에 맛을 설명할 과학적 지표를 마련해야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일본 와규처럼 품질의 균일성과 안전성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령화와 후계농 부족에 대해서는 농가 규모별 해법을 주문했다. 소규모 농가에는 사양관리·분뇨처리·노동력 지원을 지역 단위로 제공하고, 청년농에게는 초기 시설·자금 지원과 경영승계 교육을 연계해야 한다고 했다.
협회도 이를 위해 혈통·유전체 정보와 선형심사 자료를 활용한 일대일 교육 및 현장 컨설팅을 확대하고 있다.
환경 대응 역시 한우 개량의 새로운 과제다. 사료효율과 질병저항성을 높이고 사육기간을 줄이면 비용과 환경 부담을 함께 낮출 수 있다. 그는 메탄 저감 유전평가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도 거론하면서 생산성과 친환경 관리의 균형을 강조했다.
이재윤 한국종축개량협회장은 "한우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세계가 인정하는 품질을 갖추는 것"이라며 "농가가 안정적으로 소득을 얻고 다음 세대가 이를 이어받고 싶은 산업이 될 수 있도록 한우산업 발전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