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몰입 유발 프로그램의 위력은 취재진 사이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기자들과 인터뷰 자리를 가진 티빙 오리지널 예능 '환승연애4'의 김인하 PD는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질문에 긴장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더 잘해야겠다"고 말하며 그 열기를 받아냈다. 부담감과 압박감 속에서 중반부까지 달려 온 김 PD는 "계속 각성하게 된다"며 강한 책임감을 드러냈다.
'환승연애'는 헤어진 연인(X)들이 한 공간에 머물며 재회 또는 새로운 사랑을 찾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총 4개 시즌이 만들어졌고, 시즌4는 현재 스트리밍 중이다. 총 22부작 중 12회까지 공개했다. '환승연애'는 복잡한 감정선과 현실적인 서사로 시청자들의 몰입을 이끌며 연애 예능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인하 PD는 시즌3부터 합류했다.
"촬영 때는 물론이고 촬영이 끝나고 나서도 부담돼서 잠이 안 오더라고요. 하나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무서웠어요. 개인적으로 지금 많은 분이 '환승연애4'를 보고 있고, 이슈도 크게 되고 있어서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부담감을 느껴요. 계속 각성하게 돼요."
김인하 PD는 시즌3에서 기존 포맷(시즌1, 2)을 안정적으로 다듬는 데 집중했다면, 시즌4에서는 참가자들의 감정 변화를 더욱 디테일하게 포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김 PD는 "시청자들이 이미 환승연애식 감정선을 잘 알고 계신 만큼, 같은 감정을 반복해 보여주는 건 의미가 없었다. 각 인물의 관계를 더 입체적으로, 그리고 더 솔직하게 담아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빠른 전개 역시 시즌4만의 차별점이다. X 공개 시점을 앞당기고, 각 커플의 서사를 초반부터 촘촘히 배치한 것과 맞물린다. 김인하 PD는 "전체 그림을 알고 편집하는 제작진의 판단"이 꼭 필요한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빠른 호흡을 좋아해요. 시즌3은 시즌2와 비슷하게 하려고 했고, 시즌4는 더 속도감 있게 가져가려고 했어요. 그래서 X 공개도 초반부터 빨리하고 두 커플을 동시에 공개하는 등 전개를 쭉 밀어붙였습니다. 제작진은 전체 서사를 먼저 보잖아요. 후반부를 위해 필요한 빌드업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초반에 배치를 많이 했어요. 뒤에 나올 감정과 대화가 더 와닿으려면 앞에서 적재적소에 정보를 풀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시즌4를 둘러싼 호불호 반응도 있다. 김인하 PD도 이런 시선을 잘 알고 있다. 그는 "누구에게는 더 진해졌다고 느껴질 수 있고, 또 다른 시청자에게는 너무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다"며 "하지만 감정의 흐름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환승연애'의 약속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시즌에서는 X끼리 마주치는 장면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그럼에도 출연자들은 서로 선을 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김인하 PD는 "X 커플의 밀회가 잦다는 반응이 많은데 출연자들도 최대한 들키지 않고 선을 지키려고 애쓴 느낌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헤어졌는지 검증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답했다. 여러 시즌을 거치며 출연자 검증 노하우가 탄탄하게 쌓였고, 거짓은 반드시 티가 난다고 했다. 제작진은 X커플을 촬영 직전까지 각각 분리해 수십 차례 인터뷰한다며 "어떤 지점에서건 거짓이면 모순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촬영 직전까지 출연진과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눠요. 통화도 하고 밥도 먹고 필요하면 술 한잔 하는 과정도 이뤄지죠. 검증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작진과 출연진간 라포(유대감)가 잘 형성돼야 하는 프로그램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면 티가 나요. 섭외 과정에서 헤어지지 않은 커플을 인터뷰해 본 적도 있는데 어느 지점에서 확실하게 모순이 보였어요. 상상하시는 것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출연자 검증에 쏟기 때문에 철저하게 이뤄진다고 생각합니다."
섭외 과정 역시 시즌4의 강점을 만든 요소다. 제작진은 출연자 본인이 가장 함께하고 싶은 X를 직접 추천하도록 한다. "재회하고 싶은 마음"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사람"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싶은 감정" 등 이유는 각기 다르다.
“일단 '가장 함께하고 싶은 X를 데려오세요'라고 말씀드려요. 각자 이유는 달라요. 미련일 때도 있고, 미움일 때도 있죠. 그런데 저희와 인터뷰하는 내내 '재회할 생각없다'고 말하는 분들도 막상 하우스에서 X를 대면하면 순식간에 흔들리더라고요. 그게 바로 '환승연애'만의 묘미죠."
시즌4가 역대급 화제성을 얻은 이유에 대해 그는 "더 당돌하고 직설적인 출연자들"을 꼽았다. 랜덤 데이트 장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출연자들이 자의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장면을 초반에 심어둔 것이 효과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과몰입이 심해지면서 출연자 희화화나 악플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인하 PD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며 제작진 내부에 출연진의 '정서 케어 체계'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담당 PD·작가가 출연자의 감정 상태를 계속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면 직접 만나기도 한다.
"출연자 정서 케어는 정말 중요해요. 일반인이기 때문에 악플이 더 큰 충격일 수 있어요. 담당 PD와 작가가 계속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면 만나기도 해요. 그런 문제는 항상 예의주시하고 있어요."
'환승연애'의 정체성에 대해 묻자 김인하 PD는 주저없이 "공감"이라고 답했다. 사랑과 이별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떤 지점에서는 이입하게 되고, 리얼리티 특성상 제작진이 만들어내지 않아도 도파민은 자연스럽게 발생한다고 말했다.
"'환승연애'의 정체성은 공감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X가 있잖아요. 사랑과 이별의 공감이 있어서 꾸준히 사랑받는 것 같아요. 도파민은 따로 추구하지 않아도 리얼리티라 그냥 나옵니다. 저희는 출연자들이 그 진심에 이입할 수 있게 만드는 구조를 고민할 따름이에요."
김인하 PD는 이번 시즌의 관전 포인트로 "여행에서의 변화"를 꼽았다. '환승연애'는 매 시즌 합숙 종료를 일주일여 앞두고 늘 특정 장소로 단체 여행을 떠났고, 그 여정 속에서 출연자들의 감정은 가장 크게 흔들려 왔다. '환승연애' 시리즈의 히든 커플이었던 시즌2 성해은과 정현규가 맺어진 것도 여행지였다. 김 PD는 "시즌4에서도 여행이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서울에서는 출연진들이 조심스러워서 감정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아요. 하지만 공간이 바뀌고 서로에 대한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면서 아주 솔직한 장면들이 나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