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한, 왜 드라마보다 작가가 더 화제일까? [IZE 진단]

윤준호(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6.04.28 09:26

닥터신의 아쉬운 시청률에도 작가에 대한 관심은 증폭

임성한 작가는 36년간 활동하며 미디어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지만, 독특한 소재 선택과 작명, 캐릭터 활용법으로 항상 화제의 중심에 섰습니다. 그는 1990년 데뷔 후 보고 또 보고, 인어 아가씨, 하늘이시여 등 다수의 히트작을 집필하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최근 신작 닥터신의 아쉬운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임 작가는 자신만의 확실한 문체와 세계를 구축하며 대중의 관심을 꾸준히 받고 있습니다.
TWS / 사진=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임성한 드라마 작가가 방송가를 뜨겁게 달궜다. 굉장히 이례적인 현상이었다. 그리고 흥미로웠다.

임 작가는 1960년생, 올해 66세다. 36년 간 작가로 활동해왔지만 미디어에 제대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적이 거의 없다. 그의 작품에 대한 호불호도 엇갈린다. 독특한 소재 선택뿐만 아니라 주인공 작명, 각 캐릭터의 성격과 남다른 활용법으로 항상 화제의 중심에 섰다.

임 작가의 작품은 요즘 글로벌 시장을 석권하는 K-콘텐츠로 분류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끊임없이 대중들에게 회자되고 언론도 관심을 거두지 않는다. 왜일까?

임 작가는 최근 유튜버 엄은향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엄은향’의 라이브 방송에 참여했다. 당초 그의 게스트 출연 소식에 관심이 쏠렸으나 결국 전화통화로 인터뷰가 진행됐다. 기대하고 있던 대중 입장에서는 다소 김이 샜다지만, 임 작가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이렇게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이례적인 기회였다.

임 작가는 히트작 메이커다. 이는 인정해야 한다. 1990년 KBS 드라마 스페셜 ‘미로에 서서’로 데뷔한 후 드라마 ‘보고 또 보고’, ‘온달왕자들’, ‘인어 아가씨’, ‘왕꽃 선녀님’, ‘하늘이시여’, ‘아현동 마님’, ‘결혼작사 이혼작곡’ 등을 집필했다. 현재는 신작인 ‘닥터신’이 TV조선에서 방송되고 있다.

성과 또한 남다르다. 종편과 케이블, OTT가 있는 지금과는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지만, 1998년 방송된 ‘보고 또 보고’의 최고 시청률은 57.3%였다. ‘겹사돈’ 설정이 파격적으로 다가왔다. 이 외에도 ‘인어 아가씨’가 기록한 47.9%, ‘하늘이시여’(44.9%) 등 웬만한 드라마는 죄다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2014년작인 ‘압구정 백야’(16.3%) 이후 절필을 선언했지만 6년 만에 ‘결혼작사 이혼작곡’으로 돌아왔다. 2021년 방송된 시즌2의 최고 시청률은 16.6%로 ‘압구정 백야’를 뛰어넘었다. 작가로서 그의 저력을 새삼 확인하는 기회였다.

시청률과 별개로 임 작가는 시청자들에게 가장 많은 질타를 받은 작가다. "절필하라"는 댓글도 줄을 이었다. 그런데 ‘압구정 백야’ 이후 실제로 그가 떠나자 그리워 하는 목소리도 흘러 나왔다. 이런 갈증 속에 6년 만에 복귀작을 내놓자 "궁금하다"며 시청자들이 몰렸다. 적어도 작가로서 그는 확실한 인장과 지지층을 갖고 있는 셈이다.

임 작가는 "제가 ‘인어아가씨’를 쓸 때 ‘절필 요구’ 시위를 처음 받았다. MBC가 홈페이지를 막을까 봐 ‘그분들 노시라고 그냥 놔두라’했다"면서 "그런 건 상처 받을 게 아니다. 관심을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 안티들의 지적을 받고 더 잘 쓰려고 했다"고 의연하게 말했다.

임 작가는 확실한 자신의 문체를 구축하고 있다. "말 있죠?"라는 대사는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명사로 문장을 끝내거나, 도치법을 자주 사용한다. 임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아역들도 이런 말투를 사용해 ‘애늙은이 같다’는 타박이 나온다. 이에 대해 임 작가는 문어체가 아닌 구어체를 대사로 쓰기 때문이라면서 "내가 지인들에게 ‘내가 말할 때 이상해?’라고 물으면 지인들이 ‘안 이상해’라고 하더라. 제가 자존심이 센데, 내가 이런 지적을 듣다니 싶었다. 사람들이 말할 때 도치법이 장난 아니더라. 완전 말하는 식으로 쓰는 거다"라고 해명했다.

임 작가의 작품에 꼭 등장하는 것이 또 있다. 귀신 등 토속신앙과 음식 설명이다. 특히 밀전병은 다수 작품에서 수시로 등장했다. 주인공들이 유독 밀전병을 좋아하고, "절대로 두껍게 부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등장 인물이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다가 숨을 거두고, ‘빨래판 복근’이라는 말이 있듯 남자 배우의 복근 위에 빨래를 하고, 빙의된 남성의 눈에서 초록색 레이저가 발사된다. 임 작가 ‘막장극의 대모’라 불리는 이유다.

임 작가는 "신내림을 받았다"는 항간의 소문은 일축하면서도 "제가 살다 보니 ‘진인사대천명’이란 말이 딱 맞다. 오늘 엄은향 씨가 저와 통화가 된 것도 신이 도와준 것이다. 저도 노력을 많이 해서 신의 눈에 들어서 이렇게 된 거지, 어떤 분들도 성공하고 싶으면 착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면 신이 이뤄줄 거다"고 말했다.

임성한은 분명 문제적 작가다. 1%대 시청률을 전전한 ‘닥터신’을 보며 "예전의 임성한이 아니다"라는 반응도 적잖다. 하지만 ‘닥터신’ 역시 보자마자 "임성한 작가의 작품답다"는 평이 나왔다. 특유의 문체와 구성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 작가는 "내 드라마는 5분 보면 내 드라마인 줄 안다고 하더라. 루이비통 가방, 샤넬 가방, 모네 그림, 고흐 그림을 바로 보면 알지 않냐"면서 "많은 사람이 참여하면 작가의 독특함이 없어지는 거다. 드라마 5분 보고 ‘임성한 드라마인 줄 알았어’라는 건 욕이 아니고 칭찬"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임 작가는 단순히 ‘막장극’이라는 키워드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가 아니다. 이야기꾼으로서 자신만의 확실한 세계를 만들고 대중을 그 안으로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다만 ‘닥터신’의 초라한 성적은 향후 그의 행보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대중들이 ‘욕하면서도 보게 된다’는 임성한 월드는 분명 한국 드라마사에도 적잖은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윤준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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