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딩 포레스터', 청년에겐 시대 불문하고 멘토가 필요하다!

정지우(문화 평론가) ize 기자
2026.09.04 09:45

글 쓰는 사람들이 반드시 봐야 할 숨은 명작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는 은둔 작가 윌리엄 포레스터와 글쓰는 소년 자말 월러스가 만나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 지망생이었던 필자는 이 영화를 통해 가슴으로 쓰라는 이정표를 얻었으며 청년들에게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밝혀줄 멘토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영화는 고립의 시대에 서로의 문을 두드리고 나아가는 용기를 통해 세대를 넘어선 우정을 쌓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진제공=소니픽쳐스

"생각은 나중에 하고, 일단 가슴으로 쓰라(Write with your heart, rewrite with your head)”

작가를 꿈꾸던 20대 초반, 나는 외로울 때면 고향으로 돌아가 새벽까지 영화를 보곤 했다. 그 날도 나는 이런저런 영화를 고르다가, 우연히 발견한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2001)를 보기 시작했고, 끝났을 때는 새벽 4시가 넘어 있었다. 그러나 그 영화가 내 안의 무언가를 건드린 탓에,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아침이 밝아오는 걸 보았다. 작가 지망생이던 나에게 그 영화는 나에게 계속해서 ‘쓰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영화는 윌리엄 포레스터(숀 코너리)라는 은둔 작가가 글쓰는 소년 자말 월러스(롭 브라운)를 만나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를 그려낸다. 윌리엄 포레스터는 '호밀밭의 파수꾼'으로 저명한 미국의 실존 작가인 J. D. 샐린저를 모델로 했다고 알려져 있다. 샐린저 역시 은둔 작가로 유명했기에, 그를 모델 삼아 평생 ‘한 권의 책’만을 출간한 작가를 주인공으로 삼은 것이다. 암투병 중인 채로 평생 은둔해온 포레스터는 생애 마지막으로 자말 윌러스를 만나 마음을 연다.

영화를 접했던 당시의 나는 가슴이 불타오르던 시절에 살았고, 매일같이 글을 쏟아내곤 했다. 그러나 아무래도 당장의 인정을 얻긴 어려웠다. 신춘문예 등 공모전에서는 줄줄이 낙방하기 일쑤였고, 과연 내가 이대로 계속 글을 써도 되는지 불안에 시달리곤 했다. 그럴 때, 만난 '파인딩 포레스터'에서는 저 유명한 “일단 가슴으로 쓰라”는 말이야말로 내겐 하나의 이정표가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매일 일단 쓰는 것이야말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영화가 유독 마음을 파고 들었던 것은 아무래도 윌리엄 포레스터의 존재 때문이었다. 나도 그런 기연 즉 운명적인 만남 같은, 나의 글쓰기를 응원해주고 지지해주는 누군가를 만나고 싶었다. 자말 윌러스는 자신이 글을 휘갈긴 노트를 매일 가방에 넣어 다녔는데, 친구들과 장난 삼아 포레스터의 집에 침입했다가 가방을 두고 나온다. 다음 날, 포레스터는 창문 밖으로 가방을 집어 던진다. 그런데 그 속의 노트들에는 빼곡이 포레스터의 첨삭이 되어 있었다. 자말은 그 첨삭을 보고, 그가 작가라는 걸 직감한 뒤 그를 찾아간다.

사진제공=소니픽쳐스 

자신이 글쓰기에 재능이 있는지, 계속 글을 써도 되는지에 대한 고민은 모든 습작생이 가장 불안하게 여기는 부분일 것이다. 그럴 때, 자신의 글을 읽어주고 알아봐주는 사람의 존재란 기적같이 느껴진다. 나도 바로 그런 스승을 만나고 싶었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그런 멘토가 있었으면 했다. 청년들에게는 시대를 불문하고 멘토가 필요하다.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는 저 미래의 불확실성에 작은 별처럼 빛나며, 그에게 ‘계속 걸어가라’고 이야기해줄 존재가 필요하다.

자말에게는 명문 사립학교의 크로포드 교수가 있지만, 사실 그는 명목상의 스승일 뿐 편견어린 시선으로 흑인인 자말을 바라보며 그의 재능을 믿지 않는다. 나도 대학을 다니며 여러 수업을 들었지만, 특별히 나의 재능을 믿어준 스승은 없었다. 어쩌면 그런 고독은 모든 청년에게 주어져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청년을 응원해주어야 한다. 내게는 포레스터 같은 ‘기연’은 없었지만, 소소하게 나를 지지해주던 주변 친구들이나 가족이 있었다.

흔히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갈등이 심각하고, 청년들에게도 믿고 따를 수 있는 멘토가 사라진 시대라고들 한다. 이런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서로의 마음을 열고 세대를 넘어선 우정을 쌓을 것인가에 대한 힌트가 이 오랜 영화에 담겨 있다. 그들은 서로에게 조금씩 다가가고, 서로의 문을 열어주며, 들어주고 이해하면서 나아간다. 무엇보다 그 사이엔 다가감에 대한 ‘용기’가 있다. 서로의 문을 두드리는 용기, 그리고 이내 문을 열고 나가는 용기가 말이다. 고립의 시대, 우리는 그 용기를 다시 기억하며 서로 다가가야 한다.

“자말에게,

내가 알던 누군가는 사람이 꿈을 저버리는 이유가 실패가 두려워서이거나, 더 심하게는 성공이 두려워서라고 썼더군.

나는 네가 네 꿈을 이룰 거라는 걸 아주 일찍부터 알았지만, 내 꿈을 다시금 이루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단다.

계절은 변하기 마련이지, 젊은 친구. 비록 인생의 겨울이 되어서야 지난 한 해 동안 내가 본 것들을 마주하게 되었지만, 너라는 존재가 없었더라면 나는 분명 너무 늦어버릴 때까지 그저 기다리기만 했을 게다.”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에서, 윌리엄 포레스터가 자말 윌러스에게 쓴 마지막 편지)

정지우(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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