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민이 길을 잃은 ‘나 혼자 산다’의 새로운 나침반이 됐다. 일각에서는 또 다시 ‘설정’ 혹은 ‘조작’ 논란을 거론됐지만 "한국전력 현장직 직원"이라고 자처한 인물까지 등장해 반론을 제기하며 ‘나 혼자 산다’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앞서 방송인 전현무의 즉흥 여행 조작 논란의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제작진의 과도한 개입이 프로그램의 본질을 훼손될 수 있고, 한번 잃은 신뢰는 또 다른 의심을 잉태할 수 있다는 것이 새삼 증명됐다.
지난 2일 방송된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는 디즈니 ‘카지노’의 존, ‘킬러들의 수다’의 파신 등으로 유명한 김민의 동두천 라이프가 공개됐다. 아는 형의 어머니가 살던 곳으로 약 90년이 됐다는 구옥에서 그는 마친 ‘나는 자연인이다’(MBN)의 주인공과 같은 삶을 영위했다.
21세기 대한민국에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는 아침부터 발전기를 돌려 집 안에 전기를 공급했고, 바닥이 갈라진 것을 확인한 후 직접 시멘트를 발랐다. 이에 대해 김민은 "아버지가 평생 미장 일을 하셨다"면서 그가 시멘트 작업에 익숙한 이유를 설명했고, 공사를 마친 후 그의 이름을 뜻하는 ‘M(민)’을 새겨 넣어 눈길을 끌었다.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전국 시청률이 6%(닐슨코리아 기준)로 급등했다. 전주와 대비해 무려 2.5%포인트 상승했다. 전현무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기 전 수준으로 단박에 돌아왔다. 지난 2013년 첫 발을 내딘 후 13년째 명맥을 잇고 있는 ‘나 혼자 산다’의 시청층이 꾸준하고, 조작 논란에 실망해 돌아섰던 시청자들이 김민이 등장한 방송을 계기로 적잖이 돌아왔다는 방증이다.
긍정적인 반응이 쏟아지는 가운데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됐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 7월로 표시된 해당 주택의 로드뷰와 방송 화면을 비교하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로드뷰 속 해당 공간은 풀이 무성했다. 반면 방송에서 포착된 김민의 집은 주변이 정돈된 모습이었고, 일부 구조물의 모습도 달라 보인다는 반응도 나왔다.
김민이 발전기를 가동해 집 안에 전기를 공급하는 대목을 두고는 더 많은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주택 주변에 전봇대와 전선이 보인다는 지적이었다. 집 안에서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사용하는데 굳이 전기를 발전기로 공급해야 하는지 의구심을 제기하는 이들이 등장했다. 즉, 실제로는 전기가 공급되는 주택인데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발전기 가동 설정을 넣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 제기였다.
그러자 스스로를 "한전(한국전력) 현장직 직원"이라고 밝힌 네티즌은 "주택까지 전기를 끌어오는 인입선은 연결돼 있고 계량기함도 남아 있지만, 정작 내부에 전력량계는 보이지 않는다"면서 "이전 사용자가 집을 장기간 쓰지 않으면서 전기 사용계약을 해지하고 계량기를 철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계량기함이 있는 것으로 보아 한전에 전기 사용을 신청할 수도 있지만, 만약 김민이 아직 신청을 하지 않았다면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공급하는 것도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논란이 거듭 제기되는 것일까? 결국 이는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이 자초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전현무의 카자흐스탄 여행 과정에서 불거진 조작 논란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고, 수차례 입장을 번복하는 과정에서 신뢰가 크게 추락했다.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지는 못했고 이에 대한 시청자들의 실망은 시청률 하락으로 이어졌다.
결국 제작진의 과도한 개입과 설정이 ‘나 혼자 산다’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을 키웠다고 볼 수 있다. 몇몇 네티즌의 개인적 의견을 가볍게 넘기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했고, 언론이 이를 기사화하면서 ‘나 혼자 산다’의 아이템 하나 하나를 검증해가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왜 시청자들은 그동안의 뾰족한 눈초리를 거두고 김민에게는 열광할까? 28년째 혼자 살고 있다는 그는 건축 관련 일을 하다가 해외 회사에 지원하면서 영국, 뉴질랜드, 호주 등에서 약 8년 간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분방한 그는 홀로 샌드백을 치며 무술을 수련하고, 합기도장에서 사범으로 일하며 아이들과 소통했다. 친분이 느껴지는 동네 주민과 살갑게 인사를 나누고 고기를 사와 혼자 구워먹는 등 ‘실제’가 아니면 보여줄 수 없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여는 데 성공했다. 게다가 몇몇 네티즌은 각종 SNS를 통해 직접 만나고 관찰한 김민에 관한 ‘목격담’과 ‘인증샷’을 남기고 있다.
‘나 혼자 산다’는 리얼리티를 표방하는 예능이다. 물론 TV 프로그램의 특성상 어느 정도 설정이 포함된다는 것은 이미 여러 논란을 통해 입증됐다. 하지만 대중은 보다 날 것의 모습을 담은 리얼리티 예능에 호응하고, 적정선을 넘지 범위 내에서 프로그램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 김민 편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윤준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