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간판 예능 '나 혼자 산다'의 N차 조작 논란이 또다시 번지고 있다. 명백한 물증에도 군색한 변명을 이어가는 제작진의 태도에 시청자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
논란의 불씨를 다시 지핀 것은 인천국제공항공사 제출 공문이다. 16일 조선일보가 공개한 촬영 허가 서류에는 전현무가 즉흥 여행지로 카자흐스탄을 택하며 내뱉을 멘트부터 지인과의 통화, 발권 절차까지 고스란히 담긴 사전 시나리오와 비행기 편명이 명시되어 있었다. 실제 방송 내용과 판박이다. 그럼에도 MBC 측은 "허가를 위한 예시용 구성안일 뿐 출연진은 몰랐다"는 군색한 변명을 내놓았다. 이 단순한 '허가를 위한 예시용 구성안'을 전현무가 직접 봤을 경우 방송의 진정성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나 혼자 산다'의 해명 번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카자흐스탄 편 방영 직후 알마티시 관광청 지원 의혹이 일자 "지원이나 협찬은 없었다"고 전면 부인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행정적·현장 협조를 받았다"며 말을 바꿨다. 법적 공증 절차 없는 렌터카 불법 대여 논란에도 뒤늦게 고개를 숙였다. 애초에 짜고 친 판을 '날것의 즉흥'으로 포장하려다 스텝이 꼬인 모양새다.
문제는 얄팍한 해명이 거듭될수록 프로그램의 근간인 '리얼리티'가 완전히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신뢰가 깨지자 의심의 화살은 애먼 출연자들에게까지 번졌다. 최근 배우 김민의 일상 방송분마저 로드뷰 등을 근거로 조작 의혹이 제기되는 등, 방송 전체를 불신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프로그램 정체성을 흔든 제작진의 실책이 엉뚱한 피해자를 낳고 있는 셈이다.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시청자가 허용하는 연출의 범주는 '진정성'을 해치지 않는 선까지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며 시청자를 기만하는 변명은 프로그램을 지키기는커녕 몰락만 재촉할 뿐이다. '나 혼자 산다'가 10년 넘게 쌓아온 명성을 지키려면 지금이라도 시청자 앞에 진솔하게 고개 숙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