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채납' 단지내 공원, 사실상 입주민 '전용'

진경진 기자
2015.06.05 06:03

[기부채납 '공공성' 논란]서울시 "사회기여 낮다"…조합, 사업성 악화 '반발'

기부채납은 개발사업으로 생긴 이익을 지역주민들과 함께 이용할 수는 ‘공공시설물’로 지어 지자체에 기부하는 제도다. 하지만 이렇게 지어진 단지 내 공원은 입주민들을 위한 시설물로 전락했고 도로 역시 아파트 진출입로로 이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구나 이같이 조성된 공원이나 도로 등의 유지관리 비용은 입주민이 아닌 시와 자치구가 부담한다. 현재의 도로나 공원과 같은 시설물 기부채납이 사실상 공공성이 결여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거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을 때와는 달리 지금은 도로나 공원 등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정도가 크지 않다”며 “이보다는 기부채납 방식을 변화시켜 어린이집이나 청년 공간, 노인시설 등 사회적으로 필요한 시설을 지원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런 문제를 감안, 앞으로 진행되는 정비사업에서 도로나 공원 등이 아닌 어린이집이나 청년고용시설, 노인요양 시설 등 ‘공공성’이 확보된 시설을 기부채납하도록 할 방침이다.

하지만 재개발·재건축사업을 추진하는 각 조합은 ‘사업성 악화’를 이유로 반발한다. 서울 성동구의 한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사실 도로나 공원은 아파트단지 내에 원래 지어야 했던 부분이었기 때문에 기부채납이라고 해도 부담이 크지 않았다”며 “그러나 이제 도로나 공원이 아니라 다른 시설물을 지어 기부채납을 하라고 하면 추가로 비용이 들어가야 하는데 모두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강동구의 한 재건축 추진 아파트 조합원도 “사업이 진행돼야 어린이집 같은 시설물을 지을 수 있는데 기부채납 때문에 사업성이 악화되면 사업 자체가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며 “공공성을 강화한 시설물을 기부채납 해야만 한다면 용적률 인센티브와 같은 혜택을 추가로 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어린이집이나 단지 내 공원 등을 개방하는 단지들도 불만은 있다. 서울시내 한 뉴타운 입주단지는 기부채납으로 만들어진 공원이 개방되면서 입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입주민은 “큰 아이들에게 치여 정작 입주민의 아이들이 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외부인들이 이용하면서 입주한 지 얼마 안됐는데도 시설물이 벌써 낡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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