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주민·계층별 갈등을 줄이기 위해 분양단지 내 공공임대주택을 혼합해 공급하는 ‘소셜믹스’를 도입한 지 12년 지났지만 거주민간 갈등은 여전하다. 아파트를 소유한 입주민과 공공임대에 사는 세입자들이 지향하는 가치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소셜믹스’란 소득이나 연령 등이 다른 여러 계층을 혼합, 사회통합을 이룬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정책이다. 분양단지와 임대단지가 분리·공급된 1980~1990년대에는 임대단지의 슬럼화와 소외·단절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관악구 봉천동 관악드림타운 144동과 145동 사이에는 지금도 약 1.5m 높이의 가시철조망이 쳐져 있다. 이 철조망은 2003년 입주 당시 분양을 받은 입주민들이 분양동(101~144동)과 임대동(145~149동)을 분리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설치됐다. 가시철조망이 쳐진 후 이들은 같은 단지면서도 별개 단지가 됐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소셜믹스’를 도입한 후에도 방식만 달라졌을 뿐 갈등은 여전하다. 2011년 입주한 신정이펜하우스3단지 관계자는 “입주 후 지금까지 관리소장이 5번이나 바뀌었다”며 “일을 못해서가 아니라 주민간 갈등이 너무 심하고 이를 중재할 수 있는 전문 체계가 없다 보니 다들 그만둔다”고 말했다.
갈등은 주로 재산권과 주민권리가 충돌하면서 발생한다. 천왕이펜하우스 6단지 주민은 “단지 내 조경을 해야 하는데 입주민들은 아파트 가치향상이 곧 재산권인 만큼 더 화려하고 예쁘게 꾸미고 싶어 하는 반면 공공임대 세입자들은 관리비가 당장 체감할 수 있는 곳에 쓰이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문제 때문에 몇몇 혼합단지에선 출입구나 엘리베이터를 분리하고 공공임대 세입자가 주민 커뮤니티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최악으로 치닫는 경우도 발생한다. 신정동 한 아파트 주민은 “옆집이 임대주택인지는 모르고 들어왔다”며 “알았으면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나마 일부 단지에선 각 주민대표가 모여 자정노력을 하고 있다. 천왕이펜하우스6단지의 경우 입주자대표회의와 임차인대표회의 양측이 구성원을 똑같이 구성, 공동대표회의를 만들어 동등한 권리를 주장한다.
주택법상 입주자대표회의는 4명 이상으로 구성되지만 임차인대표회의 구성은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권리가 무시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임대 주민들도 관리비 산정 등 아파트 의결권 일부를 행사할 권리가 있다”며 “아직 큰 문제 없이 운영되고 있지만 10~20년 지난 후 아파트 유지·보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어떤 갈등이 일어날지 모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