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 일인데도 시장 흔들림이 만만치 않네요.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되밀리는 것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됩니다."
하늘 높은지 모르고 뛰던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떨어진 가격에도 매수자가 나서지 않는 거래 실종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강남불패'란 말이 격언인 양 받아들여지듯 서울 강남이 부동산 시장 심리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지난해 전국을 강타한 부동산 열풍의 진원지 역시 강남 재건축 아파트 단지였다. 하지만 연말연초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공급과잉 우려, 금리 인상, 대출 규제 강화 등 줄줄이 등장하는 악재에 '강남불패'마저 흔들리고 있다.
◇4000만원 분양가 대치·개포마저
지난해 9월 재건축 입주가 시작된 서울 강남구 래미안대치청실아파트의 경우, 일부 평형대의 입주권 가격이 최근 2~3개월새 수천만원 뒷걸음질쳤다. 당초 대치청실아파트는 사교육 일번지로 통하는 대치동 학원가에 인접해 새 학기가 다가올수록 가격이 뛸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국토부 부동산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대치청실아파트 94.49㎡형(이하 전용면적 기준) 입주권의 경우, 지난해 1월 14억5000만원(16층)이던 가격이 7월에는 16억8000만원(21층)까지 치솟았다. 불과 반년새 2억3000만원이 뛴 셈이다.
하지만 최근 모습은 사뭇 다르다. 가격 떨어지는 게 눈에 보일 정도다. 대치청실 94.49㎡형 거래가격은 지난해 10월에는 각각 16억원(23층), 16억2000만원(34층)으로 뒷걸음질쳤다. 84.97㎡형 역시 8월 14억8000만원으로 고점을 찍은 후 10월 14억5000만원으로 후퇴했다. 가격이 되밀리는 상황이지만 11월과 12월 각각 3건과 2건에 불과할 정도로 거래마저 위축된 상태다.
대치동뿐이 아니다. 강남 재건축 최대 단지인 개포지구의 주공 3단지 42.55㎡형의 경우, 지난해 10월 8억6000만원에서 11월 8억2500만원으로, 4단지 같은 평형대도 10월 7억8000만원에서 11월 7억6700만원으로 각각 가격이 되밀렸다. 11월 8억1000만원에 거래되던 1단지 같은 평형대 역시 12월 8억원으로 가격이 하락했다.
강남 재건축 단지들은 지난 한해 전국 부동산 열기를 주도했다. 서초, 대치, 개포 등 최고의 입지를 앞세워 청약 때마다 수십,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분양가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서초 한양아파트를 재건축한 반포 래미안아이파크(4257만원), 반포 센트럴푸르지오써밋(4049만원, 이상 3.3㎡당 평균) 등 4000만원대 분양가 아파트도 탄생했다. 재건축 아파트가 집중된 서초구와 강남구의 평균 아파트 분양가는 각각 4150만원, 3950만원으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강남발 재건축 열풍에 수도권 신도시는 물론 부산, 대구 등 지방 시장까지 들썩거렸다. 부산의 평균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971만원에서 1229만원으로 1년새 무려 26.6% 뛰었고 같은 기간 대구도 20% 이상 분양가가 상승했다.
◇대기 중인 악재…흔들리는 시장
하지만 지난해 4분기 이후 분위기가 반전되는 모습이다. 수도권과 지방, 강남 할 것 없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4000만원대 분양가로 이른바 '미친 분양가' 논란을 낳았던 반포 래미안아이파크와 센트럴푸르지오써밋은 초기 계약률이 50~70%대로 기대를 밑돌았고 9월 238가구이던 경기 김포시 미분양 물량은 10월 2008가구로 8배 이상 급증했다. 김포, 용인, 광교, 동탄2 등 신도시 지역에서 최근 들어 1순위 청약 미달 사례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부산, 대구, 광주 등 올해 오름세가 가팔랐던 광역시를 중심으로 지방 아파트 가격 상승 폭도 반감되는 모습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장에 변곡점이 왔다고 지적한다. 올해 분양 물량은 지난해 48만가구에서 35만가구로 27% 감소할 전망이다. 분양 지역은 수도권에 편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경기가 꺾일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공급이 줄고 그마저도 수요가 안정적인 서울 등 수도권 핵심지역에 집중되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금리 상승, 집단대출 심사 강화 등 부동산 대출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며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말했다. 미국 금리 인상, 주택담보대출 가이드라인 시행 등 예고된 악재들이 거듭 시장을 괴롭힐 것이란 분석이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 양극화가 극명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허 위원은 "시장이 리스크 요인에 노출돼 있다"며 "강남과 같은 요지야 수요가 꾸준하겠지만 수도권 외곽을 벗어난 지역은 하반기 이후 더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