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있는 이곳은 과거 일제강점기 일본군 사령부 작전센터로 통하는 입구였던 곳입니다. 해방 이후에는 미군이 병원 건물을 세워 활용하면서 '하스피털(Hospital) 게이트'로 불려왔습니다."
용산공원 시범개방에 앞서 지난 7일 먼저 현장을 찾은 기자들에게 김형기 문화해설사가 시범개방 출입구로 사용될 14번 게이트를 소개했다. 김 해설사의 말대로 용산공원은 식민과 냉전, 분단의 아픔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공간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이, 해방 이후에는 미군이 주둔하면서 지난 120여년 간 '금단의 땅'으로 불렸다.
오는 10일부터 열흘 간 시범개방 하는 부지는 미군 반환 부지 중 일부인 장군숙소, 대통령실 남측, 스포츠필드 등 10만㎡ 다. 방문객들은 동서횡단로인 10군단로를 따라 이동하게 된다.
출입구를 지나 공원으로 들어서자 울창한 플라타너스 가로수 사이로 굴뚝이 있는 빨간 지붕집들과 영문으로 된 표지판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이 주택들은 1959년에 지어진 장군숙소로, 현재는 험프리기지로 모두 이동해 비어있는 상태다. 뒷 배경으로 보이는 초고층 빌딩들과 대조를 이루며 더욱 인상적인 풍경이 연출됐다. 나무로 만들어진 목조전봇대, 미국 소방관 모자를 본 따 만든 소화전 등 국내에서 보기 힘든 이색 볼거리가 곳곳에 있었다.
10군단로를 따라 걷다보니 왼쪽으로 대통령 집무실이 보였다. 대통령실 남측구역이다. 집무실 앞 '바람정원'은 방문객들의 소원을 담은 하얀색 바람개비들로 꾸며진다. 맞은편 야구장에 마련된 전망대에서는 집무실과 바람정원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간단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식음료 코너도 이곳에 마련된다. 시범개방 기간에는 선착순으로 대통령 헬기, 특수차량 등 경호시설을 관람할 수 있는 대통령실 앞뜰 방문 프로그램도 운영될 예정이다.
길을 따라 좀 더 걸으면 코스의 마지막인 스포츠필드가 나온다. 미군 스포츠시설이자, 1960년대 한국 선수들의 훈련장소로도 사용됐던 장소다. 1967년 세계여자농구대회에서 준우승을 기록한 한국여자농구의 산실이기도 하다. 넓은 녹지공간에 20m 초대형 그늘막을 설치해 방문객들이 쉬어가는 공간으로 꾸며진다. 여기서는 이촌역 인근 13번 게이트로 진입해 집무실로 향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동선도 엿볼 수 있다.
정부가 지난해 말 확정한 용산공원 부지 면적은 총 300만㎡다. 전체 규모가 여의도공원(290㎡)과 맞먹는다. 이중 국립중앙박물관, 전쟁기념관 등에서 편입되는 57만㎡를 제외한 243만㎡가 미군 반환 부지이며 현재까지 63만4000㎡를 반환 받은 상태다.
오는 9월 예정된 임시개방 때는 시범개방 부지의 4배 규모인 40만㎡를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시범개방이 임시개방 전 국민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된 만큼 공원 이곳저곳에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경청우체통'이 설치됐다. 국토부는 경청우체통으로 제출된 의견을 취합해 추후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방문일 5일 전부터 선착순 접수를 받고 있는 입장권 예약은 풀리는 족족 매진되며 국민적 관심을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발암물질 등 토양 오염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지난해 한국환경공단이 조사한 환경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미군숙소부지의 TPH(석유계총탄화수소, 토양의 기름오염 정도)가 공원으로 조성할 수 있는 '1지역' 기준치의 29배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 발암물질인 다이옥신, 비소 등도 곳곳에서 기준치의 수십배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국토부는 이번 시범개방 부지의 경우, 환경저감조치를 완료한 상태인 만큼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복환 국토부 도시정책관은 "토양이 직접 인체에 닿지 않도록 잔디, 콘크리트 포장 등 피복조치를 완료했으며 오염이 심한 곳은 동선에서 제외시켰다"며 "9월 임시개방하는 40만㎡ 부지도 개방 전까지 저감조치를 마치기 위해 현재 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