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시내 325개 전 역세권을 대상으로 고밀·복합개발을 전면 허용하며 도시공간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꾼다. 교통 중심의 역세권을 일자리·주거·여가 기능이 결합된 '생활거점'으로 전환해 서울 전역을 하나의 보행 생활권으로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시는 25일 '서울 역세권 직·주·락 활성화 전략'을 발표하고 역세권 325곳 전체를 복합개발 대상지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중심지 내 일부 153개 역에서만 상업지역 상향 등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사실상 모든 역세권에서 고밀 개발이 가능해진다. 역세권은 서울 도시화 면적의 약 36%를 차지하고 하루 약 1000만명이 이용하는 핵심 공간이다. 정비사업 지연과 주택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역세권을 중심으로 한 신규 공급 축을 마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번 정책의 핵심은 초고밀 복합개발을 제도화한 점이다. 환승역과 같은 핵심 거점은 업무·상업·주거 기능이 결합된 대규모 고밀 개발이 가능하도록 하고 일반상업지역 기준 용적률을 최대 1300%까지 적용한다. 그간 계획 수준에서 언급되던 기준을 제도화해 오는 6월부터 공모에 착수하는 등 구체적인 사업 일정도 제시했다.
개발 범위도 확장된다. 역세권이 아니더라도 간선도로변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은 '성장잠재권 활성화사업'을 통해 개발을 허용한다. 역 중심 '점' 단위 개발에서 도로 축 '선' 단위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향후 5년간 환승역 등 35곳을 선정해 고밀 복합거점으로 육성하고 간선도로 중심으로 60곳을 추가 개발할 계획이다.
사업성 개선을 위한 규제 완화도 병행된다. 사업성이 낮아 개발이 지연됐던 지역은 공공기여 비율을 기존 50%에서 30%로 낮춰 민간 참여를 유도한다. 용적률 상향과 기부채납 완화를 동시에 적용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용적률 상향, 공공기여 완화, 인허가 단축을 묶은 '사업성·속도 패키지'가 이번 정책의 핵심이다.
주거 공급 확대와 속도 개선도 핵심 축이다. 역세권 장기전세주택은 기존 127곳·12만호에서 366곳·21만2000호로 대폭 늘린다. 입지 기준도 역 반경 350m에서 500m로 확대하고 간선도로 교차지까지 포함해 공급 가능한 부지를 넓혔다. 인허가 절차를 통합해 사업 기간도 5개월 이상 단축한다.
실제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역세권 활성화사업 대상지는 56개소 늘었고 업무시설 면적은 53만6658㎡까지 확대됐다. 상업시설과 호텔, 생활 인프라도 함께 확충되며 역세권이 단순 환승 공간을 넘어 경제·생활 중심지로 기능하고 있다는 평가다. 역세권 활성화사업은 대상지와 공급이 빠르게 늘며 정책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청년과 신혼부부를 겨냥한 생활 인프라도 확대되고 있다. 키즈카페·산후조리원·창업공간 등 지원시설이 85개소, 약 21만㎡ 규모로 확충되며 주거와 일자리, 돌봄 기능이 결합한 생활거점이 빠르게 늘고 있다.
그동안 역세권은 높은 개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활용도가 낮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소형 필지 비율이 높고 노후 건축물이 많아 체계적인 개발이 어려웠고 용적률도 서울 평균 대비 약 1.1배 수준에 머물렀다. 이번 정책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해소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결국 이번 정책은 역세권 개발 확대를 넘어 서울 전역을 생활거점 중심으로 재편하는 도시 구조 전환 전략으로 평가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민간과 공공이 협력해 역세권 고밀·복합개발을 추진하고 더 많은 지역에서 더 빠르게 생활거점이 형성되도록 하겠다"며 "미래세대를 위한 서울형 도시공간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