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 카메라' 불법 촬영 논란에 고소전까지...서울 '재건축' 곳곳 잡음

남미래 기자
2026.04.19 05:07
시공사 입찰 마감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서울 주요 사업장/그래픽=윤선정

서울 주요 재건축 사업장에서 시공사 선정이 한창인 가운데 일부 사업지에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며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비해 속도전에 나서려던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제4지구(성수4지구) 조합이 2차 입찰을 진행하면서 시공사들에 요구한 '추가 이행각서'를 롯데건설은 제출했지만 대우건설은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성수4지구는 지난 2월 진행된 1차 입찰은 당초 대우건설과 롯데건설간의 경쟁 입찰로 진행됐으나 조합이 입찰지침상 요구한 근거 자료를 대우건설이 제출하지 않았다며 입찰 참여를 무효화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번 2차 입찰은 추가 이행각서를 필수 제출 서류로 지정하면서 새로운 논란을 낳고 있다. 추가 이행각서는 조합의 입찰 절차와 후속 조치를 전적으로 수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12월 18일 입찰 공고 이후 발생한 입찰지침상 홍보 규정 위반 행위가 누적 적용되며 각서를 단 한 차례라도 위반할 경우 입찰 자격 박탈, 입찰보증금 전액 몰수 등 제재를 내려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조합이 요구한 각서에는 이미 무효 처리된 입찰 관련 내용까지 유지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며 "1차 입찰 사안을 다시 누적 적용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검토를 받고 있으며 법률 검토 이후 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DL이앤씨와 현대건설이 맞붙은 압구정5구역은 현재 시공사 선정 절차가 중단된 상태다. 지난 10일 시공사 입찰 마감 직후 DL이앤씨 측 관계자가 펜카메라를 이용해 입찰 관련 서류를 촬영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조합은 즉시 불법 촬영 여부와 관련해 강남구청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이에 DL이앤씨는 박상신 대표이사 명의로 조합 측에 '입찰 마감 후 발생 사안에 대한 사과' 공문을 보냈다. 현대건설은 사진을 촬영한 DL이앤씨 관계자를 상대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섰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조합 측에 유권해석 결과를 통보하기 전까지 입찰 서류 개봉 등 시공사 선정 절차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 결과를 조합 측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가 경쟁 입찰에 나선 서울 서초구 신반포 19·25차 재건축 사업도 한때 절차가 중단됐다. 포스코이앤씨가 지난 13일 입찰 비교표 작성 과정에서 도급계약서를 조합 외부로 반출한 사실이 확인되면서다. 이후 조합 검토와 양사 협의를 거쳐 입찰 서류의 변경이나 조작 가능성은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고 지난 15일 저녁 양사의 비교표 날인도 모두 완료됐다.

핵심 사업지들은 6·3 지방선거 전 시공사 선정 절차를 마무리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지만 사업 지연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부분의 시공사 선정 총회가 선거 전인 5월 말로 예정된 가운데 시장이 교체되면 인허가 절차가 중단되거나 지연될 수 있어서다. 여기에 선거 이후 추가 대출 규제가 나올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조합은 일정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경쟁 입찰이 벌어지는 서울 재건축 사업지는 사업성과 상징성을 모두 갖춘 핵심 지역인 만큼 시공사 간 경쟁과 견제도 치열하다"며 "조합들은 지방선거 전 일정 지연을 최소화하려 하고 있지만 유권해석 결과나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후속 일정이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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