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머니]2001년 상장후 첫 역성장, 위기의 '마오타이 파이낸스'

중국 바이주(白酒, 백주)의 상징 '구이저우 마오타이(이하 마오타이)'의 실적 성장세가 사상 처음으로 꺾였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한 병 최저 가격이 30만원인 비필수 소비재인 만큼 중국 내수경기 둔화의 영향을 받았다. 과도한 음주를 지양하는 젊은 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했다. 여기에 공직 사회의 사치를 막기위한 중국 정부의 '금주령'까지 겹쳤다. '사두면 돈이 되는 술' 이란 인식도 이젠 희미해지기 시작한다. 이번 마오타이 실적 둔화가 중국 바이주 성장 스토리의 붕괴를 보여준 것일까.
지난 17일 차이신과 디이차이징 등 중국 주요 경제매체에 따르면 마오타이는 2025년 매출이 전년대비 1.21% 감소한 1688억3800만위안(36조6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순이익은 823억2000만위안(17조8400억원)으로 같은 기간 4.53% 줄었다. 2001년 상하이증권거래소 상장 후 처음으로 매출과 순이익이 동시에 감소했다.
그동안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실적 체감 둔화폭은 더 깊다. 마오타이는 2015년 이후 줄곧 연평균 두자릿수 매출과 순이익 성장세를 이어오며 한때 중국 증시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그러다 지난해 순식간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4분기 실적 둔화폭이 컸다. 마오타이는 지난해 1~3분기 누적 기준으론 매출과 순이익이 모두 전년대비 6% 증가했다. 하지만 4분기 실적이 무너지며 연간기준 매출, 순이익이 감소세로 전환했다.
디이차이징은 전반적인 바이주 생산이 지난 10여년간 서서히 감소했다며 마오타이의 지난해 사상 첫 실적 둔화가 갑자기 불거진 돌발 사건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2017년 1198만kL(킬로리터)에 달한 중국의 규모급 이상 바이주 기업의 연간 생산량은 지난해 약 354만kL 로 줄었다. 계속된 내수경제 둔화로 비필수 소비재인 바이주의 소비와 생산이 함께 감소했다. 오히려 마오타이가 이 같은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선방한 셈이다.
구조적으로 바이주 소비가 줄어든 가운데 바이주를 '소비재'가 아닌 '투자 대상'으로 보던 심리도 서서히 옅어졌다. '술 중의 술'이란 상징성과 구이저우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생산되는 희소성 덕에 과거 마오타이는 '사두면 돈이 되는 술'로 통했다. 대량 매입 후 가격이 오르면 차익을 실현하는 전문 업자들이 등장할 정도였다. 일부 지역에선 마오타이가 비공식 결제 수단으로 쓰이기도 했다.
하지만 소비가 서서히 줄고 가격이 떨어지자 이처럼 쟁여둔 마오타이는 '과잉 재고'가 되기 시작했다. 차이신은 2022~2024년 마오타이 전체 수요에서 투자·수집 수요 비중이 50%에서 30%로 급락하며 '금융 속성'이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이 시기부터 마오타이를 저당잡고 도매가 50%가량의 현금을 빌려준 전당포들이 마오타이를 받지 않기 시작했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지난해 5월 중국 정부가 공직 사회의 사치와 낭비를 막기위해 내린 '금주령'까지 겹치자 가격이 급격히 떨어졌다. 지난해 마오타이의 주력 제품인 53도 500ml '페이텐 마오타이'의 도매 가격은 고점대비 30% 하락했으며 3~4분기 하락세가 이어지며 저점을 형성했다. 지난해 마오타이 실적이 사상 처음으로 둔화된 배경이다.
마오타이가 무너지자 연관 소비재 시장도 흔들리기 시작한다. 중국에서 '약 중의 약'으로 통하는 제약사 '피엔쯔황'의 실적 둔화가 대표적이다. 피엔쯔황은 간질환 치료제 피엔쯔황 정제 등을 발판으로 중국에서 고가의 프리미엄 의약품 제조사로 입지를 다졌다. 중국 고급 사교·접대 자리에선 '왼손엔 마오타이, 오른손엔 피엔쯔황'이란 말이 보편적이었다. 술 중의 술인 마오타이를 곁들인 저녁을 대접하고 피엔쯔황을 선물해 간을 보호하게 한단 뜻이다. 피엔쯔황 정제 1알 가격은 한때 1500위안(30만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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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해 마오타이 실적이 무너지자 피엔쯔황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피엔쯔황 정제 1알 가격이 순식간에 500위안대 까지 급락했다. 지난해 1~3분기 피엔쯔황 의약제조 부문 매출은 38억8000만위안(약 7800억원)으로 전년대비 9.41% 감소했다.

마오타이의 부활은 가능할까. 이미 주력 소비층으로 부상하기 시작한 젊은 세대를 '마오타이 파이낸스'로 끌어들일 수 있느냐에 달렸다. 디이차이징은 마오타이 전체 소비자 가운데 31~40세와 25~30세 비중이 각각 45%, 12.2%로 젊은 층이 이미 핵심 소비 기반으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지우우허우'(1995~1999년에 출생한 세대)와 '링링허우'(2000~2009년에 출생한 세대)는 한국의 Z세대와 마찬가지로 술을 강권하는 회식문화를 지양하고 저도주를 선호한다. 최근 중국 증시에선 지우우허우와 링링허우의 주목을 받는 아트토이, 화장품, 위생용품, 반려동물 용품 관련 기업의 주가가 순항하는 반면 마오타이의 시가총액은 1위에서 6위로 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