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천당 위 동네'로 불리던 분당에서 대규모 미분양 사례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시장 눈높이와는 차이가 있는 높은 분양가에 결국 발목이 잡혔다는 평가다.
9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더샵 분당 센트로'는 네번째 무순위 청약 일정을 앞두고 있다. 이 단지는 분당 핵심 입지·비규제 지역·민영 아파트라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분양 수요를 끌어들이지 못하면서 무순위 청약이 거듭되는 상황이다.
이 단지는 무지개마을 4단지를 리모델링해 조성된 곳으로 올 1월 84가구의 일반분양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약 50가구가 계약을 포기하며 초기 분양 성적표가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이후 시행사는 미계약 물량 해소를 위해 무순위 청약을 반복적으로 진행했으나 3차까지도 잔여 물량을 모두 소진하지 못했다. 현재 5가구가 여전히 미계약분으로 남은 상태로 7일부터 13일까지 4차 무순위 청약이 진행된다.
분당은 판교와 함께 수도권 대표 주거 선호지역으로 꼽히며 과거 신규 분양 단지들이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해온 지역이다. 교육과 교통, 생활 인프라가 이미 완성된 주거지라는 점에서 실수요 기반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여기에 더해 더샵 분당 센트로는 청약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비규제 지역 분양 물량이라는 이점을 안고 있었다. 재당첨 제한이나 대출 규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민영 아파트로 공급돼 청약 자격 요건도 비교적 유연한 편이다. 분양 직전까지 흥행 가능성이 충분한 단지로 평가됐던 이유다.
시장의 선택을 가른 결정적 변수는 가격이었다. 이 단지 전용면적 84㎡ 기준 분양가는 20억원대로 책정됐는데 인근 구축 및 리모델링 단지의 동일 면적 시세가 14억~15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약 5억원 이상의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 향후 시세 상승 여력을 고려한다고 해도 부담스런 수준이다. 결국 분양가가 주변 시세 대비 높은 가격으로 책정되면서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모델링 사업 특유의 구조적 한계도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지목된다. 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은 기존 골조를 유지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일반분양 물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적은 일반분양 수로 인해 조합원들이 감당해야 할 사업비 부담이 늘어날 경우 분양가가 자연스레 상승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결국 늘어난 사업비 부담이 분양가를 밀어올리는 결과로 나타나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분양 시장은 수도권 인기 지역에서도 고분양가 단지의 경쟁률이 낮거나 미분양 사례가 잇따르는 선별 청약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대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입지 프리미엄보다 가격 설득력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