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건설업계에서 원청과 하청노조 간 단체교섭이 본격화하고 있다. 주요 건설사들이 잇따라 교섭 절차에 착수하면서 제도 시행 이후 첫 노사협상이 시작됐지만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이 당장 다음 달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노사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13일 건설업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와 포스코이앤씨는 각각 지난 3일과 6일 민주노총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의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했다. 교섭 요구 사실 공고는 특정 노조가 단체교섭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전 근로자에게 알리고 다른 노조의 교섭 참여 신청을 받는 절차로 사실상 단체교섭의 시작을 의미한다.
회사는 7일간의 공고 기간을 거쳐 교섭에 참여할 노조를 확정하게 된다. 복수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면 교섭창구 단일화와 대표교섭노조 선정 절차를 거쳐 본교섭이 진행된다. 현재까지 플랜트건설노조가 사용자성을 인정받은 종합건설사 7곳 가운데 DL이앤씨와 현대건설을 제외한 5곳이 사실공고 또는 확정공고를 마쳤다. 현대건설도 이번주 중 사실공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3월 시행된 노란봉투법에 따라 하청노조는 실질적인 지배력이 인정되는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원청이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을 거부하면 노동쟁의도 가능하다.
다만 이번 교섭 절차 시작과는 별개로 플랜트건설노조는 총파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플랜트건설노조는 원청의 성실 교섭과 단체협약 체결을 촉구하기 위해 다음 달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노조 관계자는 "교섭 요구 사실 공고 여부와 관계없이 총파업은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라며 "노동위원회에서 사용자성을 인정받은 뒤에도 교섭 요구 사실 공고까지 수개월이 소요됐다. 최종 단체협약 체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총파업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면서도 실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플랜트건설노조 조합원 3만3000여 명 가운데 상당수가 포스코와 에쓰오일, 고려아연, SK에너지 등 주요 발주사의 플랜트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어 건설사보다는 발주사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총파업 영향이 전혀 없다고 보긴 어렵지만 현재 대규모 플랜트 공사가 많지 않은 데다 노조 소속 근로자 수도 많지 않아 종합건설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건설업계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시행하는 안전관리 조치가 노란봉투법상 사용자성 인정 근거로 활용된 점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근로자 안전을 위한 음주 측정이나 안전관리 애플리케이션 운영 등이 하청 근로자를 실질적으로 지배했다는 근거로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건설협회는 "법령에 따른 안전관리 의무 이행을 사용자성 판단의 핵심 근거로 삼는 것은 법을 준수한 기업에 오히려 불이익을 주는 모순"이라며 "건설현장의 특성을 반영한 사용자성 판단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