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권한을 중앙정부로 이관하는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이 추진되는 가운데 이를 반대하는 국민청원이 소관 상임위원회 회부 요건인 5만명 동의를 넘어서며 입법 논쟁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정책 집행력 강화라는 정책 목표와 권한 집중에 따른 부작용 우려가 충돌하면서 논란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부동산 거래신고법·주택법 등 개정안 반대 청원'은 청원 기간 내 5만명이 넘는 동의를 얻어 상임위원회 회부 요건을 충족했다. 이번 청원은 관련 법안의 본회의 상정과 처리를 중단하고 입법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청원 대상이 된 법안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정비구역 설정, 조합 관리·감독 등 핵심 권한을 시·도지사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이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역별 규제 편차와 인허가 지연이 투기 수요를 자극하고 공급을 늦춰온 만큼 중앙정부가 일정 부분 직접 개입해 정책 집행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부동산 거래신고법 개정안은 국가 개발사업 등으로 투기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예외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직접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비사업 분야에서도 유사한 권한 조정이 추진되고 있다. 안태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이 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둘러싼 병목 해소를 목표로 한다. 현행법상 정비구역 지정은 특별시장·광역시장 등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이지만 개정안은 사업 지연으로 중대한 차질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국토부 장관이 직접 지정 또는 해제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안은 지난 4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상정돼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번 청원은 이 같은 권한 이관이 오히려 시장 혼란과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역별 수요와 상황을 반영한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려워지고 획일적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담고 있다. 정책 공백과 예측 가능성 저하가 실수요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전문가들 역시 권한 이전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최근 사업 지연의 주요 원인은 사업성 부족과 조합 내부 갈등, 금융 문제 등 구조적 요인에 가깝다"며 "정비구역 지정이나 관리 권한을 중앙으로 확대한다고 이런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사결정 창구가 복수화되면 조합 입장에서는 오히려 혼선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책 환경의 불확실성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리와 세제, 공급 정책 변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권한 구조까지 변동될 경우 거래 위축이나 가격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청원이 국회 상임위원회에 회부되면 관련 법안 처리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관계자는 "국민동의청원에 5만명 이상 참여했다는 것은 입법 과정에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상임위 논의 과정에서도 여론의 흐름이 중요한 변수로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