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는 감정평가액이 높지 않아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 적용 시 이주비 대출이 1억~2억원에 불과합니다. 이 돈으로 서울에서 3인 가족이 거주할 집을 구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 수준입니다."(30대 박진주씨)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부동산 대토론회에서는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이주비 대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전문가들은 서울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선 정비 사업 속도를 높여야 하는데 현행 이주비 대출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에서도 '이주비 대출을 풀어달라'는 댓글이 이어졌다.
이주비 대출은 재개발·재건축 조합원이 공사 기간 임시 거처를 마련할 수 있도록 기존 주택을 담보로 받는 대출이다. 현재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투기과열지구에서는 1주택자에게 감정평가액 기준 LTV 40%, 한도 6억원이 적용된다. 다주택자는 LTV 0%로 사실상 이주비 대출이 막혔다.
전문가들은 이주비 부족이 사업 지연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올해 이주가 예정된 정비사업장 35곳 중 32곳은 시공사 신용공여를 통한 추가 이주비 대출에 의존하고 있다. 이 가운데 5곳은 시공사가 보증을 거부했고 9곳은 현재 협의 중이다. 이주가 늦어질 경우 착공과 분양, 입주 일정도 연쇄적으로 밀려 주택 공급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최근 입주한 강남권 정비사업 단지들은 관리처분인가부터 준공까지 8~10년이 걸려 과거보다 3년 이상 사업 기간이 늘어났다"며 "이주비 대출 규제가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강남권은 대형 건설사의 신용공여를 통해 기본 이주비 외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비강남권은 이마저도 어렵다"라고 말했다.
추가 이주비의 높은 금리도 부담으로 지목됐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기본 이주비 대출 금리는 약 4%지만 시공사가 제공하는 추가 이주비는 6~8% 수준"이라며 "이주 2년, 공사 4년을 합치면 조합원 1인당 수천만원에서 억대의 금융비용이 발생하고 조합 전체로는 수백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이유로 서울시도 금융위원회에 이주비 대출 LTV를 현행 40%에서 70%로 확대해 달라고 건의한 상태다.
다만 규제 완화에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기조 발제에서 "이주비 규제 완화 시 일부 개발업자와 특정 계층에만 이익이 집중될 수 있다는 의견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존 주택이 아니라 향후 신축될 주택을 기준으로 LTV를 적용하는 등 개선방안을 금융위원회가 검토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 가능성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