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 늘린다면서 집주인엔 들어가 살아라"…엇박자 정책 손질해야

남미래 기자
2026.08.17 06:09

[MT리포트] 비거주 1주택에도 거주자는 있다 ⑤

[편집자주] 정부가 세제·금융 규제를 통해 비거주 1주택자의 실거주를 유도하고 있지만 그 집에는 또 다른 거주자인 세입자가 있다. 집주인의 실거주 전환이 세입자의 연쇄 이동을 부르는 '의자뺏기' 현상과 전월세시장 불안을 짚는다. 해외 주거시장과 비교해 실거주 중심 정책의 한계를 살펴보고 임대차시장 안정의 해법을 모색한다.
서울 전월세시장 안정을 위한 전문가 의견/그래픽=이지혜

정부가 공공임대와 비아파트 공급 확대 등 현행 실거주 기조에서 동원할 수 있는 전월세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세제·금융 규제로 집주인의 실거주를 유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월세난을 근본적으로 완화하려면 '자가보유·실거주=실수요'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임대주택 공급 자체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공공임대 공급을 확대하고 빌라 등 비아파트의 건축 기준과 대출 규제를 완화해 단기 공급을 늘리기로 했다. 아파트 공급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상대적으로 공급 속도가 빠른 비아파트를 활용해 전월세시장의 숨통을 틔우겠다는 취지다.

우병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다세대·다가구 규제 완화는 장기적인 아파트 공급에 앞선 단기 처방으로 분명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전월세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건은 공급된 비아파트를 누가 소유하느냐다. 무주택자의 아파트 선호가 높은 상황에서 빌라·다가구를 많이 지어도 모두 직접 거주용으로 소화되기는 어렵다. 전월세 물량으로 활용하려면 누군가는 이를 매입해 세입자에게 빌려줘야 한다. 비아파트 공급 확대가 실질적인 전월세 대책으로 작동하려면 '집을 짓는 정책'과 함께 '임대로 내놓을 유인'이 필요한 셈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비아파트가 전월세 대책이 되려면 누군가는 주택을 소유하면서 직접 거주하지 않고 임대로 공급해야 한다"며 "임대사업자 혜택을 줄이면서 비아파트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은 서로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도 "실거주 강화는 매매시장 상승 압력을 낮추는 대신 임대차시장의 상승 압력을 높일 수 있다"며 "집값 안정과 임대차시장 시장에 미칠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비아파트 활성화의 핵심은 민간 임대 공급자가 시장에 들어올 유인을 만드는 데 있다는 지적이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비아파트 임대사업자의 대출 규제를 완화하면 민간 수요를 늘릴 수 있지만 주택 수 산정 제외 특례의 연장 등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며 "비아파트는 매매보다 전월세 수요가 많은 만큼 임대사업자의 공급 유인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 짓는 주택뿐 아니라 기존 비아파트까지 임대시장으로 끌어내야 공급 효과를 키울 수 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기축 빌라와 다가구주택은 여전히 LTV(주택담보인정비율) 제약 등으로 거래가 위축된 상태"라며 "기축 비아파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 실수요자의 가격대별 선택지가 넓어지고 유통 매물 증가를 통해 공급 경로도 다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의 역할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공공임대만으로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올해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의 1차 행복주택 입주자 모집에는 9만명 넘게 신청해 평균 경쟁률이 48.7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29.7대 1보다 크게 높아졌다. 이 연구원은 "공공임대만으로 기존 민간임대를 모두 대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결국 전월세시장 안정의 해법은 '얼마나 짓느냐'를 넘어 '누가 소유해 얼마나 안정적으로 임대로 공급하느냐'까지 함께 보는 것으로 모인다. 공공임대를 늘리는 동시에 민간 임대 공급자의 유인을 만들고 기존 비아파트의 유통과 취약 임차인 지원까지 병행해야 한다. 자가보유와 실거주만을 실수요로 보기보다 안정적으로 집을 빌려주고 빌려 살 수 있는 시장 자체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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