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강남3구와 외곽·중저가 지역의 온도 차가 커지고 있다. 강남·서초에 이어 송파까지 하락 전환한 반면 서울 외곽과 중저가 지역은 0.4%대 상승률을 이어가면서다. 전문가들은 세제개편안에 따른 고가주택 보유 부담과 대출 규제가 강남권 수요를 누르는 사이 상대적으로 가격 접근성이 좋은 곳으로 실수요가 이동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1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첫째 주(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0% 올랐다. 강남구(-0.35%), 서초구(-0.30%), 송파구(-0.02%) 등 강남3구는 모두 하락했다. 반면 강북구(0.46%), 도봉구(0.43%), 서대문구(0.43%) 등 중저가 지역은 서울 평균을 웃돌았다.
강남권 약세는 세제개편안 영향이 이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장기보유특별공제율 축소와 장기거주소득공제 한도 신설 등 고가주택 양도세 부담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 매도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실거주가 쉽지 않은 재건축 추진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 조정이 나타나면서 강남구는 압구정·대치동, 서초구는 잠원·반포동을 중심으로 하락했다.
송파구의 하락 전환도 강남권 약세가 주변으로 번지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송파구는 지난주 0.01% 상승에서 이번 주 -0.02%로 돌아섰다. 강남2구 한강벨트의 국지적인 가격 조정이 주변으로 확산되면서 강남2구로 갈아타려던 송파구 보유자 일부가 매도 호가를 조정한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다.
세제개편안의 추가 완화 여부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강남권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향후 입법과정에서 세제개편안의 추가적인 완화 여부를 지켜봐야 하는 만큼 정책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해당 지역의 거래 둔화 및 가격 약세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중저가 지역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인다. 역세권과 대단지를 중심으로 실수요가 이어지는 가운데 15억원 이하 등 가격 접근성이 좋은 아파트가 많은 곳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모습이다. 대출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매매·전월세 매물이 부족해 매도 호가가 크게 낮아지지 않는 점도 가격을 지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키 맞추기' 또는 순환매 장세로 보고 있다. 고가주택에 대한 대출 부담이 커지면서 강남권으로 갈아타려던 수요가 서울 외곽이나 경기 비규제지역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대출총량관리 확대와 보금자리론 소득요건 완화 등이 예정된 만큼 10억원 이하 서울 외곽과 경기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수요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경기에서도 서울과 가까운 지역과 반도체 배후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졌다. 수원 영통구(0.47%), 수원 권선구(0.48%), 하남시(0.47%), 성남 분당구(0.41%) 등이 올랐다. 하남·분당 등은 교통·교육 등 생활 인프라가 양호한 데다 서울 역세권 구축 아파트 가격으로 경기권 신축을 살 수 있다는 상대적인 가격 메리트가 실수요를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편 전세시장에서도 지역별 차이가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9% 상승한 가운데 노원구(0.38%), 중랑구(0.37%), 강북구(0.31%) 등 중저가 지역의 상승 폭이 컸다. 반면 서초구(-0.21%), 강남구(-0.03%)는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