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남부 주요 지역의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화성 동탄, 용인 기흥 등은 올해 들어서만 두자릿수 상승했고 수원 영통과 하남의 상승률도 10%에 육박했다.
1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아파트 전셋값 누적 상승률은 동탄구 11.73%, 기흥구 10.55%로 집계됐다. 동탄의 경우 올해 누적 변동률은 화성시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2월 첫째 주부터 산정됐다. 약 7개월 만에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셈이다. 이밖에 영통구와 하남시도 각각 9.34%, 9.64% 올랐다. 광명시는 12.52% 뛰며 경기도에서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경기 전체 상승률은 5.17%로 서울 7.61%보다 낮았다. 경기 전역이 일제히 오른 게 아니라 일부 선호지역에 상승세가 집중된 모습이다.
최근에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달 첫째 주 동탄 전셋값은 0.21% 올랐다. 기흥은 0.22%, 영통은 0.28%, 하남은 0.29% 상승했다. 경기 평균 상승률 0.14%보다 최대 두 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들 지역은 탄탄한 실수요를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동탄·기흥·영통은 반도체 산업 배후 주거지로 꼽힌다. 삼성전자 등 주요 사업장과 가까워 직주근접 수요가 꾸준하다.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낮다는 점도 실수요를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매매가격이 크게 오른 것도 전세 수요를 자극하는 배경이다. 올해 동탄 아파트 매매가격은 17.50% 올랐다. 기흥은 11.70%, 영통은 12.35%, 하남은 11.25% 상승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동탄, 용인 수지·기흥 등 경기 남부 인기지역은 삼성전자 사내대출 등 본격적으로 유동성 유입이 시작됐다"며 "전반적으로 부족한 매물로 높은 호가를 형성하고 있고 10억원 전후의 신축 아파트들이 남아 있어 반도체업에 종사하는 실수요자들 중심으로 거래가 꾸준한 점이 가격에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전셋값보다 매매가격이 더 빠르게 오른 데다 전세 매물까지 줄어들면서 거듭 상승세를 부추기는 상황이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달 11일 기준 기흥구 전세 매물은 연초 625건에서 379건으로 39.4% 줄었다. 동탄구는 행정구역 개편 이후인 2월 초 374건에서 359건으로 4.1% 감소했다. 실거주 수요가 꾸준한 지역에서 시장에 나오는 전세 물건까지 줄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당분간 이런 모습은 계속될 전망이다. 공급 사정 또한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7월 경기지역 주택 인허가는 4만2760가구로 전년 동기보다 7.5% 감소했다. 착공은 4만4477가구로 같은 기간 20.6% 줄었다. 7월 한 달만 놓고 보면 경기 착공도 6059가구로 전년 동월보다 39.2% 감소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도 수도권 주택 공급 공백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올해 상반기 수도권 주택 착공 누계는 6만5000가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0.7% 줄었다. 수도권 인허가도 8.1% 감소해 8·13 대책에 따른 공급 확대 효과가 실제 입주 물량으로 나타나기까지 상당한 시차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경기 남부 전셋값이 높은 수준의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반도체 산업을 배후에 둔 지역은 일자리와 주거지가 가까워 실수요가 쉽게 빠져나가기 어렵고 신규 공급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동탄·기흥·영통 등 수요가 집중된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가격 강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