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고유가 속에 건설공사비지수가 최고치를 경신하며 주택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분양가가 뛰면서 내 집 마련 문턱이 높아지고 정비사업장에서는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건설업계도 폐업 신고가 늘며 경영난이 깊어지고 있다.
2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공사비원가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 9월 건설공사비 지수는 139.48(잠정치)을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전월 대비로는 0.24% 상승했고 전년 동월 대비로는 5.94%가 올랐다. 지난 8월 상승폭 확정치인 0.31%보다는 상승폭이 줄었다. 그러나 8월 잠정치에서는 3개월 연속 상승폭이 줄었었지만 확정치에서는 전월(7월) 대비 상승폭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상승 빠르기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세부 상승 내역을 보면 중유(4.96%), 산업용 가스(2.18%), 중후판(두께 3mm 이상)(1.28%), 피용자보수(0.79%) 등이 주로 상승을 이끌었다. 국제유가는 최근 중동정세 불안으로 다시 폭등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0일 기준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배럴당 117.64달러를 기록했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최고치인 지난 118.35달러(3월31일)의 턱밑에 이르렀다. WTI(서부텍사스산중질유) 선물 가격도 지난 30일 배럴당 104.12달러를 기록하는 등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고유가가 이어지고 있다. 유가 상승분이 통상 시차를 두고 공사비에 반영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향후 상승폭 확대 가능성도 관측된다.
건설공사비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정비사업장에서의 공사비 갈등도 여럿 발생했다. 서울시의 국회 제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서울에서 정비사업 공사비 분쟁은 총 15건 발생했다. 연도별로 △2022년 6건 △2023년 21건 △2024년 17건 △2025년 16건으로 최근 매년 10건 이상 발생 중이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에서도 공사비 상승 여파로 분양가가 오른다. 지난 7월 공급된 고양창릉 S4블록의 전용 84㎡ 최고 분양가는 8억6719만원으로, 지난해 1월 공급된 S5블록의 7억7289만원 대비 9430만원 올랐다. 1년 반만에 분양가가 1억원 가까이 뛴 것이다. 국토부는 지난 9월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적용되는 기본형건축비를 ㎡당 223만7000원에서 232만8000원으로 4.07% 올렸다.
지난 30일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의 서울 상계2구역 재개발 현장 방문 때도 공사비 관련 건의가 나왔다. 홍 장관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시찰 후 이어진 재개발 조합과의 대화에서 "공사비 검증과 관련해서 한국부동산원의 적극 중재 등과 관련한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공사비 관련해 재개발 조합원 등 소비자들의 곤란함도 크지만 건설업계 역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지방 건설사를 중심으로 폐업이 많이 늘었다. 국토부 건설산업 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 달 간 전국 종합건설업체 112곳이 폐업신고 했다. 전년 동월의 37건 대비 202.7% 늘었다. 이 중 서울 제외 업체가 102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올해 들어 10월까지는 총 763건의 폐업신고가 접수돼 전년 동기 523건 대비 45.9%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