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자본금 최소 2000억…"뱅크런 대비"

기성훈 기자
2015.07.13 05:30

유동성 위기대비 충분한 자금 필요…최소자본금 500억의 4배-마케팅 비용 등 고정비용 고려

정부가 첫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자본금 규모에 대해 최소 2000억원으로 가닥을 잡았다. 설립 최저자본금은 1000억원(시중은행)에서 500억원으로 낮춰 주기로 했지만 사업초기 안정성을 위해 법적 요건보다 충분한 자금을 확보해야 승인을 내줄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12일 "인터넷전문은행은 업무가 전부 온라인으로 이뤄져 고객 이탈 시에 시중은행보다 훨씬 유동성 문제가 빠지기 쉽다"면서 "유동성 위기 때마다 증자를 할 수도 없기 때문에 초기 자본금이 상당한 규모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 인프라 구축, 마케팅 비용 등도 고려한다면 설립 최저자본금과 무관하게 적어도 자본금 규모가 2000억원은 돼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로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이 비대면으로 예·출금 등 은행업 업무를 하는 만큼 해킹 가능성이나 뱅크런(대량 예금인출)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도입 초기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장과 금융소비자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경우, 핀테크(Fintech·금융+정보기술) 산업 전체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지난 4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외국의 인터넷은행 실제 자본금은 우리나라 시중은행 자본금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은 수준"이라면서 "적어도 2000억원 이상 자본 확보를 해야 인터넷은행사업을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여기에 더해 지난 10일 공개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매뉴얼 초안에서 뱅크런 대비책도 추가로 내놨다. 유동성 위기에 대비해 대주주가 유동성 공급을 확약하는 서류를 제출토록 하는 등 유사시 유동성 확보계획도 확인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비즈니스 특성상 유동성 리스크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해외 인터넷전문은행의 사례를 보더라도 충분한 자금이나 서비스의 차별화 없이는 성공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의 주요 6개 인터넷전문은행이 순이익을 내는데 평균 4년11개월이 걸렸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 후 적자상태를 벗어다는 데 최소 4~5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의미한다.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설립된 인터넷전문은행들도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투입했지만 유동성 위기에 빠져 2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도산하기도 했다.

김종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은 초기 투자비용이 크고 순이익을 실현하기까지 장시간이 걸린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까지 버틸 수 있는 '자금'이 성공적인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인가 매뉴얼 초안을 토대로 오는 22일 금융사 대상 설명회를 거쳐 최종 매뉴얼을 확정한다. 이후 9월에 예비인가 신청을 받고,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평가위원회 심사를 거쳐 내년 상반기에 최종적으로 본인가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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