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금융, 부동산과 헤어질 결심

[우보세]금융, 부동산과 헤어질 결심

권화순 기자
2026.04.17 05:1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전세대출 보증 공급액/그래픽=이지혜
전세대출 보증 공급액/그래픽=이지혜

정부가 "부동산과 금융의 과감한 절연"을 공식화 했다. 지난 1일 다주택자 대출 만기연장 제한 대책을 발표하면서다. '부동산 안정화 대책'이나 '정상화'라는 순한맛(?)의 제목을 내걸었던 정부가 이번에는 단어 선정부터 달랐다. 4000조원 넘게 불어난 부동산 금융을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하기 위해 확연히 다른 정책을 내놓겠단 결연한 의지로 읽혔다. 신규대출 금지를 넘어 아예 기존 대출까지 회수하기로 한 다주택자 규제가 그 첫 단추로 보여졌다.

다음에 내놓을 대책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 금융당국은 다주택자에 이어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대출'을 정조준하고 있다. 엄밀하게는 갭투자(전세 낀 매매)로 주택을 매수하고 본인이 거주할 집은 전세대출로 충당한 갭투자자가 타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종종 비판해 온 '남의 돈으로 부동산 투기'를 한 사람들이다. 지난해 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HUG), SGI서울보증 등 공적보증 3사의 전세보증을 통해 나간 1주택자 전세대출은 최소 14조원이 넘는다. 전세대출을 받은 8명 중 1명은 '비거주 1주택자'였다. 생각보다 규모가 작지 않았다.

과거 정부에서는 '1주택자'와 '전세대출'은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불가침의 영역이었다. '1주택자=실거주', '전세대출=서민'이라는 선명한 프레임 때문이다. 잘못 건드리면 엄청난 역풍이 분다며, 부동산 정책 담당 공무원들은 몸을 사렸다. 비거주 1주택자는 실거주가 아니면서 동시에 서민이라 보기도 어려운 조합이란 측면에서 이재명 정부가 영리하고 합리적으로 타게팅한 셈이다. 특히 역대 정부 통틀어 전세대출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린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

전세대출은 집값을 끌어 올리는 유동성 공급으로 작동한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2배로 급등한 문재인 정부시절, 전세대출은 100조원 넘게 불었다. 갭투자자는 아파트 가격의 40~50%까지 나오는 주택담보대출보다 세입자 전세보증금(전세가율 60% 이상)을 끼고 갭투자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이 과정에서 세입자도 집주인도 손쉽게 연 2~3%의 전세대출을 받아 부족한 자금을 충당해왔다.

은행은 전세대출이 '땅 짚고 헤엄치는 장사'다. 공적 보증기관이 돈 떼일 경우 100% 보증(2025년 이전·현재는 80% 보증) 해서다. 오죽하면 "강북 주담대보다 강남 전세대출이 훨씬 낫다"는 말까지 나왔다. 지난 5년간 전세대출이 5배 늘어 200조원을 돌파한 건 이런 배경에서다. 이렇게 풀린 전세대출이 전셋값을 올리고 매매가격을 더 밀어 올렸지만 '서민대출' 프레임에 갇혀 누구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은행의 부동산 금융 '중독'은 더 심각해졌음을 물론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를 해야 이익이 나는 유인 구조를 만든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이라고 꼬집었다. 14조원 이상 불어난 비거주 1주택자 대출은 어찌보면 대표적인 정책실패 사례다. 물론 이번 대책만으로 집값이 안정될지는 알 수 없다. 적어도 공적보증과 금융이라는 한정된 재원이 생산적 분야로 흐를 수 있도록 하는 구조적 변화의 한 걸음은 될 것이다.

권화순 금융부 차장
권화순 금융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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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권화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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