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예고한 신DTI(총부채상환비율)가 예상보다 강력한 방향으로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있는 상태에서 새로 주담대를 받을 경우 기존 주담대의 이자뿐만 아니라 모든 원리금을 반영해 DTI를 산정하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차주의 DTI 비율이 크게 높아져 사실상 주담대를 2건 이상 받는 것이 힘들어진다. 정부는 DTI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올려 놓고 있다.
21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9월초 발표할 가계부채종합대책에 신DTI 도입 방안을 포함할 방침이다. DTI(Debt to Income ratio)는 소득 수준에 맞는 대출이 이뤄지도록 하는 규제다. 차주의 연간 소득에서 1년간 갚아야 할 원리금의 비율을 지역별로 40~60%로 정하고 이 비율 이상으로 대출받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신DTI는 그동안 소득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금융당국은 대출에도 손을 댈 계획이다. 개편의 핵심은 주담대가 2건 이상이 되면 기존 주담대도 원리금 상환액을 모두 부채에 반영하는 것이다. 현재 DTI 계산은 신청한 대출의 연간 원리금만 반영하고 기존 대출은 이자만 포함한다.
기존에 3억원의 주담대가 있는 차주가 새로 2억원의 주담대를 신청할 경우 지금은 새로 신청한 대출 2억원의 원리금 상환액과 기존 부채 3억원의 연간 이자만 포함하지만 앞으로는 3억원도 원리금 전체를 반영한다. 이렇게 되면 연간 부채 상환액이 늘어나 차주의 DTI가 높아진다. 정부가 집값 상승의 주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다주택자의 주담대를 제한하는 효과가 나타나는 셈이다.
금융당국이 도입을 추진 중인 DSR(총체적상환능력심사)와 유사하지만 DTI는 주담대에만 적용되는 직접적 규제로 정부가 제시하는 비율이 있는 반면 DSR은 모든 대출이 대상이고 금융회사의 자체적인 여신심사모형이란 차이가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DSR을 도입한다고 DTI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만기일시상환 등 이자만 상환하는 거치식 대출도 DTI 계산시 원리금 상환방식으로 변환해 반영할 방침이다. 3억원을 5년 만기일시상환대출로 받았다면 실제로는 매년 이자만 갚으면 되지만 DTI 계산에는 이자와 함께 6000만원(3억원/5년)도 매년 갚아야 할 부채에 포함시킨다는 것.
이렇게 되면 만기일시상환 방식보다는 만기가 긴 분할상환방식이 DTI를 낮추는데 유리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장기분할상환대출로 유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현재의 DTI는 절름발이 규제"라며 "부채를 종합적으로 볼 수 있도록 개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부채산정방식 개편과 함께 소득산정방식도 바꾼다. 미래소득이나 자산평가를 반영하고 소득 안정성 여부도 포함시킨다. 소득 창출 능력이 높은 건축물은 소득환산율을 높이고 연간 소득 중 성과급 같은 일시적 소득은 일정액을 감액해 적용하는 방식이다.
또 월급쟁이처럼 소득 증빙이 확실한 경우가 아닌 '인정소득'이나 '신고소득'에 대해선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인정소득은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료 등을 바탕으로 추정한 소득이고 '신고소득'은 신용카드 사용액, 매출액, 임대료 등으로 추정한 소득을 의미한다. 소득 증빙이 불확실한 만큼 소득으로 인정하는 규모도 축소한다.
정부는 신DTI 도입과 함께 적용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DTI는 현재 수도권과 조정대상지역에만 적용되고 있지만 이를 모든 지역으로 넓히는 방안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DTI가 상환능력에 맞는 대출을 유도하는 규제라는 측면에서 모든 지역에 적용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맞다"면서도 "다만 지방의 부동산 경기는 서울 등 수도권과는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선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