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과당경쟁을 유발하는 카드업계의 과도한 이익 제공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금융위원회에 법적 근거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 대형 법인이 세금을 카드로 납부할 때 납부대행 수수료를 면제해주거나 약국이 도매로 의약품을 구매해 결제할 때 과도한 캐시백을 제공하는 등 카드사간 출혈경쟁이 심하지만 이를 막을 수 있는 법적 규정이 없어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26일 “카드업계에서 비정상적인 경쟁이 벌어져도 이를 막을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어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며 “금융위에 이같은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조만간 카드사가 카드 회원에게 과다이익을 제공하는 경우 제재할 수 있도록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에 근거 마련을 검토해달라고 금융위에 요청할 방침이다.
카드 가맹점에 대한 카드사의 이익 제공(리베이트)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현행 여전법은 카드사가 연매출 3억원 이상인 가맹점과 거래하기 위해 부당하게 보상금 등을 제공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반면 카드 회원에 대해서는 ‘카드사의 경영상태를 부실하게 할 수 있는 모집 행위나 서비스 제공 등으로 건전한 영업질서를 해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만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금지하는지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카드사들은 신차나 의약품 등 특정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이 시장에서 결제하는 회원에게 더 높은 이익을 제공하는 식으로 과당경쟁을 벌여왔다. 대형 법인이 국세 및 지방세 등을 카드로 납부할 때 납부대행 수수료 0.8%를 면제하고 별도의 캐시백까지 제공한 것이 대표적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이같은 행위가 특정 회원에만 과도한 혜택을 주는 비정상적인 행위라며 중단하라고 행정지도했다. 행정지도는 일종의 권고로 어겨도 법적으로 조치할 방도가 없다.
금감원은 은행법처럼 고객에게 과도한 이익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여전법에도 관련 근거를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은행법은 2016년 9월부터 시행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융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맞춰 불건전 영업행위 금지에 대한 조문을 신설해 은행 이용자에게 비정상적인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여전법도 동일한 맥락에 따라 카드사가 회원에게 과도한 이익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근거 법령이 마련되면 과당경쟁 소지가 있는 시장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해 필요시 검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최근 의약품시장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카드업계의 출혈경쟁과 관련해 문제 소지가 없는지 살펴보기 위해 업계 자료를 취합하고 있다.
카드업계 역시 반복되는 과당경쟁을 중단시키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이 법적 근거를 갖고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점유율이 매출과 직결되다 보니 카드사들이 자발적으로 과당경쟁을 줄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 인하 등으로 업계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출혈경쟁이 지속되면 결국 공멸로 갈 수밖에 없다”며 “금융당국이 앞장서서 이런 문제를 해결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