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카드 수수료율 인하가 민간소비 부진 야기한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2025.01.22 05:10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최근 국내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편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 주식시장 부진 등 금융시장 불안을 계기로 실물경제 침체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한국은행 등 국내외 유수의 경제 전망기관이 올해 우리의 경제성장률을 하향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해외 투자기관은 1%대 초반의 경제성장률을 전망하기도 한다.

특히 경제성장 부진의 결정적 근거는 내수 부진이다. 민간소비 현황을 대리하는 소매판매액 지수 증감률(물가상승의 영향을 제거한 불변지수 기준)이 최근까지 마이너스(-)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3분기의 지수 증감률은 전년동기 대비 –1.9%를 기록하는 등 2022년 2분기 이후 연속으로 하락세다. 그런데 지수 증감률과 상관관계 수치가 0.897로 나타난 것이 국내 카드승인실적(도소매업) 증감률이다. 이는 최근 민간소비 부진이 신용카드 사용 저하와 연관이 있음을 보여준다.

필자는 연구결과(2021년 '신용카드 리뷰' 게재 논문)를 토대로 카드론 증가는 민간소비 감소를 유도하고 신용카드 일시불·할부거래 이용이 늘어날수록 민간소비를 증가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실제로 카드사는 최근 카드론 공급을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카드사의 본업인 신용판매업의 주요 수입원인 카드 수수료(가맹점 수수료) 수입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 가맹점이 부담하는 수수료율의 합리적 산정이라는 목표로 2012년 도입된 '적격비용 산정 제도'는 카드 수수료율을 지속적으로 낮춰왔다. 특히 우대 가맹점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가맹점 숫자 비중이 96%에 달해 신용판매 수익 증가가 오히려 카드사의 수익성을 훼손하는 기형적 상황에 이르렀다. 더욱이 지난해말 발표된 우대수수료율의 추가 인하 조치는 카드사로 하여금 높은 수익 마진이 보장되는 카드론 공급을 확대하고 역마진 발생 가능성이 큰 신용판매업을 더욱 축소하는 쪽으로 유도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카드 수수료율 인하 조치 이후 올해 신용카드 이용자에 대한 6개월 무이자 할부 서비스는 거의 사라졌다. 이로써 연초 기대되던 내구재 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는 카드 할부거래는 향후에도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카드 수수료율이 지속 하락한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금융당국이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의 매출 진작을 지원하기보다 수수료 등 비용 절감에 초점을 둔 형식적 정책 논리에 매몰돼 있기 때문이다. 사실 영세 사업자는 이자비용, 임차료 등 비용 부담이 큰 편이다. 하지만 매출 증대가 아닌 비용 절감에 국한된 정부 지원책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

특히 카드 수수료는 더 이상 영세 사업자에게 부담이 될만한 비용 요인이 아니다. 연간 매출액 10억원 이하의 사업자에게 적용되는 부가세 환급액을 감안하면, 영세 사업자가 지급해야될 카드 수수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최대 10%에 근접하는 배달앱 중개 수수료가 영세 사업자의 수익을 축소시키고 있다.

영세 사업자가 부담을 갖지 않는 카드 수수료율을 지속적으로 인하하면서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듯한 착시적 정부 정책이 오히려 영세사업자의 매출 감소를 가져오고 있다. 카드 수수료율 인하정책이 카드론 공급을 늘리며 신용판매 촉진을 위해 제공되는 무이자 할부서비스 등 각종 소비자 부가혜택을 더욱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소상공인 연합회는 신용카드 사용을 촉진시키기 위해 영세 사업자 매장에서 사용하는 카드 소비분에 대한 소득공제율 상향조정을 국회 등에 적극 건의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도 이에 화답하듯 신용카드 사용의 소득공제율 인상을 추진 중이다. 결론적으로 금융위원회의 지속적인 카드 수수료율 인하 조치가 오히려 신용카드 사용을 억제시키고 소상공인의 매출을 줄여 폐업률을 높이며, 국민경제에서 민간소비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은 유념할 대목이다. 이는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정책 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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