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이 가톨릭교회에서는 31번째 희년인데 이번 주제는 희망이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희년을 선포하는 칙서에서 희망을 호소하며 부유한 국가들에게 빚을 갚을 수 없는 국가들에 대한 부채탕감을 요청했다. 빚의 늪에 빠져 국가나 국민을 위해 투자하지 못하고 발전을 못하니 빚을 갚지 못하는 악순환을 끊자는 것이다. 그리고 스티글리츠 교수를 위원장으로 주빌리 위원회를 설립하고, 얼마 전 부채 및 개발 위기 해결과 지속가능한 사람 중심 글로벌 경제의 금융 기반 마련을 위한 청사진을 발표했다.
갚을 수 없는 부채의 문제는 비단 국가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국가 내에서도 심각하게 대두돼 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가계부채가, 코로나 사태 때는 소상공인, 소기업 부채가 이슈로 부각됐다. 특히 소상공인 등의 부채 문제는 구조조정과 연관된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각국은 자국의 사정에 따라 공적 지원과 함께 빚의 늪에서 코로나 충격을 받은 소상공인들에게 법원 개입이 최소화된 상태에서 신속히 부채를 조정해 구조조정을 유인하는 제도를 운영했다. 대표적인 예가 호주의 Small Business Restructuring Process, 아일랜드의 Small Companies Administrative Rescue Process 등이다.
우리나라도 2022년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해 새출발기금을 도입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을 위해서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있지만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의 부채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가 미흡한 국내 사정에 맞게 도입된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이 끝났음에도 고물가·고금리, 그리고 내수 부진 등이 이어지면서 이들의 어려움이 악화돼 왔다. 이에 대응해 최근 금융위원회는 상환이 정말 어려운 저소득 소상공인에 대한 부채 조정의 강도를 높여주는 새출발기금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는데 이는 매우 환영할 만한 조치이다.
한편, 2022년 개인채무자보호법이 제정되면서 신용회복제도와 함께 개인연체채무자를 두텁게 보호하게 됐다. 다만 제정 과정에서 법원행정처의 반대로 소멸시효 관리에 관한 규정이 제외되면서 금융회사가 실익이 없어도 장기연체채권의 소멸시효를 무조건 연장하는 관행을 변화시키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었다. 그런데 이번에 금융위가 함께 발표한 장기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은 상환의 실익이 없는 장기연체고객을 선별해 구제함으로써 부채의 악순환 고리에 있는 어려운 서민들을 부채의 늪에서 구해주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의할 점은 이들이 이번 채무에서는 벗어나더라도 다시 부채의 늪에 빠진다면 현재의 노력은 헛된 것이 된다는 점이다. 2025년 희년에 주빌리 위원회를 만들어 청사진을 제시하게 된 이유도 2000년 희년 이후 일정 수준의 부채를 탕감받았던 많은 국가들이 다시 부채의 늪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도 금번 방안들을 계기로 어려운 소상공인과 서민들이 재기와 회복을 거쳐 더 나은 삶을 위한 희망으로 나아갈 수 있는 청사진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