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한마디에 천냥빚 늘어날라...더 커진 연체 리스크, 결국 은행 몫

박소연 기자
2025.10.13 04:10

'금리 역설'의 부메랑 우려
금융권 손실 최소화 위해 요건 강화·한도축소 등 불가피
"무리한 금리 인하보다 연체 관리·신용회복 지원 더 중요"

대출금리 상승시 고신용 차주 1인당 연간 이자부담 증가 규모/그래픽=김지영

"초우량 고객에게 초저금리로 돈을 빌려주는데, 0.1%포인트(P)만이라도 부담을 더 지워 금융기관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15.9%보다 좀 더 싸게 빌려주면 안 되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9일 국무회의에서 제안한 것처럼 고신용자의 대출금리를 0.1%P 올려 더 걷힌 이자를 저신용 차주에게 이자 감소 형태로 분배한다고 가정할 경우 저신용자 대출금리는 1.9%p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고신용 차주 대출금리 0.1%p 상승시 시나리오별 이자감소 추정/그래픽=최헌정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고신용자(신용점수 840점 이상)의 대출금리를 0.1%P 올리면 1인당 연 11만원씩 이자 부담이 증가한다. 고신용 차주 수가 1301만명임을 감안하면 전체 이자 부담은 연 1조4300억원 늘어난다. 이는 한국은행 가계부채 DB를 토대로 추산한 수치다.

고신용자에게 대출금리를 0.1%p 올려 이자를 더 부담시킬 경우 저신용자(186만1000명)의 대출금리는 1.9P% 낮출 수 있다고 한국은행은 추산했다.

그러나 저신용자 금리인하는 금융권의 손실을 키워 오히려 서민금융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단순히 고신용자의 금리를 올려 저신용자의 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론 구조적인 부실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신용도 및 소득수준별 가계대출 잔액/그래픽=최헌정

한국은행에 따르면 저신용 차주 수는 2022년 1분기 159만명에서 올해 2분기 186만명으로 약 17% 증가하고 연체차주 수는 35만명에서 50만명으로 45% 급증했다. 중·고신용 차주의 연체가 정체된 것과 달리 저신용층의 부실이 빠르게 늘어나는 모습이다.

연체율 역시 저신용자의 경우 2021년 1분기 16.4%에서 올해 2분기 23.8%로 7%P 이상 뛰었다. 반면 중·고신용자는 같은 기간 0%대를 유지했다. 연체액은 2021년 1분기 10조3000억원에서 2023년 14조원을 넘어섰고 올해 2분기엔 17조7000억원에 달했다. 경기둔화와 자영업 부실, 소득 불안정이 맞물리면서 저신용층의 부실이 구조화되는 양상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저신용자 연체율이 4년간 7%P 가까이 상승한 것은 단순히 금리부담 때문이 아니라 소득 불안정, 일자리 부족, 대부업 의존심화 등 복합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가장 잔인한 영역이 금융"이라고 질타하자 금융권은 저신용자에 대한 금리인하 압박을 받는다. 금융당국은 연 15.9%에 달하는 일부 서민대출 상품의 최초금리를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중은행도 우리은행이 저신용등급 신규고객에게 0.3%P 금리인하를 적용한다고 발표하는 등 서민·취약계층 금리우대에 나섰다.

한국은행은 이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고신용자의 금리를 0.1%P 올릴 경우 저신용자의 금리는 1.9%P 낮출 수 있다고 추산했다. 다만 고신용자가 모두 고소득층이 아니며 소득은 높지만 저신용자도 있다는 점에서 고신용자의 금리인상이 저소득자의 이익증가로 연결되는 것이 아닐뿐더러 은행의 충당금·자본비율을 높여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대출금리 상향압력을 키울 수 있다.

천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열심히 일해서 성실히 대출 갚는 대다수 국민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금융시스템 안정에 기여해 온 성실 상환자들에게 상은커녕 벌을 내린다면 신용사회가 뿌리째 흔들릴 것"이라고 밝혔다.

신용도별 차주 가계대출 연체 추이

올 2분기말 저신용자(186만명)의 연체액은 17조7000억원으로 1인당 평균 952만원에 달했다. 여기에서 금리를 1.9%P 인하하면 연간 약 77만원, 월 6만원가량 이자부담이 줄어드는데 연체규모와 차주의 상환능력을 감안할 때 연체를 정상화하기엔 부족한 수준이다. 오히려 금리만 낮추면 상환유인이 약화해 연체가 장기화할 우려도 있다.

저신용자의 금리를 무리하게 낮추면 금융사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들에 대한 승인요건을 강화하거나 한도축소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등급에 따라 대출한도나 금리가 정해지는 신용체계가 무너지면 리스크 관리나 부실대처가 '깜깜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저신용자 대출은 위험가중치와 충당금 부담이 높아 '이자이전' 형태로는 실효성이 낮다"며 "결국 금융기관의 손실이 커지고 이는 다시 서민금융 축소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금리인하보다 중요한 것은 연체율 관리와 신용회복 지원이다. 단기 포퓰리즘보다 구조적 복지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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