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국내 금융그룹들이 수익 다변화를 위해 유가증권 투자를 늘리고 있다. 올해도 대출 성장이 막힌 대신 유가증권 관련 이익이 실적을 견인 중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의 유가증권 매매·평가이익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773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6200억원에서 24.7% 증가한 금액이다. 올해 3분기만 놓고 보면 유가증권 매매·평가이익은 4040억원으로, 지난 2분기 560억원 대비 7배 이상 급증했다.
신한금융그룹의 유가증권 매매·평가이익은 올해 3분기 누적 1조6930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4695억원에서 15.2% 증가했다. 특히 유가증권 매매이익이 이 기간 429억원에서 2056억원으로 4배 이상 크게 뛰었다. KB금융그룹의 유가증권 매매·평가이익도 올해 3분기 누적 2조8408억원으로, 1년 전 1조5036억원에서 88.9% 늘어났다.
유가증권 관련 이익은 대표적인 비이자이익으로, 금융지주들의 핵심 수익원인 이자이익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가계대출 규제로 대출 성장 자체가 둔화돼서다. 은행권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이내로 관리했는데 6·27 규제가 추가로 발표되면서 하반기부터는 당초 목표 대비 50% 수준으로 가계대출을 또다시 감축했다. 현재 다수 은행들은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 접수를 연말까지 막아두기도 했다.
실제 올해 금융지주들의 이자이익 성장률은 1~2%대에 머물러 있다. 우리금융의 이자이익은 올해 3분기 누적 6조7320억원을 기록해 1년 전보다 1.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신한금융도 이자이익이 지난해 3분기 누적 8조4927억원에서 올해 3분기 8조6664억원으로 단 2.0% 증가했다. 같은 기간 KB금융의 이자이익은 9조5838억원에서 9조7049억원으로 1.3% 늘었다.
금융지주들은 국내 증시를 끌어올리겠다는 정부의 목표에 따라 내년에도 유가증권 투자를 전략적으로 확대하며 비이자이익 성장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나상록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진행된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자산 구성을 보면 대출자산은 4.5% 내외 수준에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유가증권 자산은 9%에 가까운 증가율을 보일 것"이라며 "내년에도 (대출자산보다) 유가증권에 더 집중해서 자산을 성장시킬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지주들은 정부에서 추진 중인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에도 수조원 출자를 계획 중이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 NH농협금융은 국민성장펀드에 앞으로 5년간 각각 1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정책에 발을 맞추려면 성장 기업에 대한 투자도 확대할 수밖에 없다"며 "자연스럽게 유가증권 관련 이익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