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실손의료보험 문제는 금융당국의 전형적인 정책실패에서 비롯됐다고 비판했다. 매년 7000건이 넘는 실손보험 분쟁 해결을 위해선 근본적으로 비급여 진료에 대해 의료인(의사 등)이 환자에게 설명하도록 법적으로 의무화 해야 한다는 제언도 했다. 실손분쟁시 의료인의 책임도 일정 부분 부과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원장은 18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금융소비자보호 토론회에서 "제가 금감원 와서 3개월 조금 지났는데 저를 제일 반갑게 맞이하시는 분들이 백내장(실손보험 미지급) 피해자들이다. 그분들이 제가 금감원에 근무하고 있다는 걸 각인 시켜준다"며 "금융소비자보호 관점이라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매일매일 절실하게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대법원 판단에 따라 백내장 수술시 입원이 필요 없으면 통원의료비 한도에서만 보험금(3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백내장 수술 보험금이 나온다는 병원의 설명만 듣고 수천만원 상당의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자비로 수술비를 부담해야 했다. 지난해 실손보험 분쟁 접수건은 7264건으로 전체 보험분쟁의 23.4%에 달하고, 이 가운데 백내장 분쟁이 1039건에 달한다. 지난 2022년 4755건, 2023년 1840건 등 해마다 수천건이 발생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대법원 판결이 나기 전 백내장 보험금으로 연간 1조원을 지급했다. 실손보험 적자는 지난해 1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원장은 "실손보험의 경우 가장 전형적인 정책실패와 연결됐다"며 "금융당국의 정책실패와 관련된 부분, 보험사의 근시안적인 상품설계가 맞물려 금융감독원 와서 보니 매일매일 분쟁조정이라는 걸 통해 많은 피해자들이 오고, 금감원 직원들이 감당하고 잘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어려움이 직면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토론회 모두발언에서도 "도덕적 해이, 과잉진료 등 비급여 버블을 폭증시키는 실손보험의 구조적 문제인 '제3자 리스크'가 심화되면서 전반적인 개선 필요성이 지적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원장은 국정기획위원회 사회2분과장 시절에서도 실손보험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금감원의 금융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한 토론회의 두 번째 주제로 실손보험을 채택했다
실손분쟁 해결을 위해 이 원장은 의료인의 비급여 설명의무를 의료법적으로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 원장은 "제3자 리스크 부분을 어떻게 구조적으로 접근할지 의료법적으로 의료인들에게 의료행위 설명의무 관련24조-2항을 넘어서 비급여 관련된 설명의무를 신설할 수 있는지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내장 수술 사례와 같은 비급여의 경우 환자는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해 치료 받지만 보험금이 부지급되면서 분쟁이 벌어진다. 이 원장은 의료인들이 사전에 비급여임을 환자에게 의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 원장은 의료자문제도 개선안에 대해서는 "의료자문 문제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은 주치의는 아무리 뭐라 해도 비급여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주체이고, 제3자인 의료자문은 의료 필요성만 판단하는 주체라서 뒤집어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비급여라는것은 건강보험시스템에서 급여의 필요성이 없어서 법정 급여로 넣지 않는 것"이라며 "의학적 필요성, 경제적 효율성 등 여러 측면에서 판단한 것인데, 실손보험이 근본적인 문제점은 도외시하고 상품을 그런식으로 설계해서 구조적인 문제를 양산했다"고 했다. "근본적으로 전 단계에서 상품설계 강화, 판매와 관련해서도 촘촘하게 접근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