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첫 외부 강연 "펀드 7-8개 권유 받았지만 6개 사고터져..금융 신뢰 저하로"

권화순 기자
2025.11.19 13:49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 초청 금융소비자권익증진 간담회'에서 '최근의 금융환경 변화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감독방향'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저도 7~8개의 펀드 상품 투자 권유를 받았는데 (금융회사 직원이)설명을 해도 다 믿지는 않고 가입을 거절했다. 그 중 6개가 (불완전판매 등) 사고가 난 펀드였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금융권에 대한 신뢰가 저하된다."

19일 머니투데이가 주최한 '금융소비자 권익증진 조찬간담회'에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강연자로 나서 본인의 투자 경험담을 꺼냈다. 30분으로 예정됐던 강연은 1시간 넘게 이어졌다. 이 원장은 개인적인 경험담을 꺼낼 만큼 금융소비자보호와 금융권 신뢰회복 필요성에 진심을 드러냈다.

이 원장은 "7~8년전 로스쿨에서 몇 번 강연한 적이 있는데, 금융권 CEO(최고경영자)를 모시고 강의하는 자리는 처음"이라며 운을 뗐다. 지난 8월 14일 취임한 그는 금융업권별 CEO 간담회를 가졌지만 주로 이야기를 듣는 역할을 했다. 이번에는 전 업권 CEO와 CCO(소비자보호책임자) 앞에서 금융소비자보호에 대한 본인의 소신을 가감없이 보였다.

이 원장은 "간담회나 토론회에서 피해자 대표가 울먹이면서 말씀하시는 것을 들어보면 울적해진다. 가끔씩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며 "이 분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금융상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원금보장, 장기적인 안정수익 추구였다"고 했다.

그는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이나 파생상품이 (원금보장 상품을 파는) 은행권에서 많이 팔리는데, 배경을 생각하면 단골 지점이나 대리 직원 등 이런 친구들이 안면이 있고 신뢰 관계가 있어서 소비자에게 권유한다"며 "금융소비자보호법에 의한 설명의무 절차·형식이 의사결정에서 중요하지 않고 오랫동안 쌓인 신뢰에 기초해 투자권유를 하면 창구 직원의 말한마디가 가입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 원장도 창구 직원이 7~8개 펀드에 투자할 것을 권유했지만 모두 거절했다고 소개했다. 이 가운데 6개 펀드는 금융사고가 터졌다고 한다. 그는 "홍콩 ELS 사태를 보면 실은, 창구 직원들도 KPI(영업점 성과지표)에 의한 실적강요로 가입을 권유하고, 본인도 잘 모르고 파는 느낌이 든다"며 "소비자는 태블릿으로 잘 읽었음, 잘 이해했음을 형식적으로 필사한다"고 언급했다.

이 원장은 "이런 구조의 상품판매가 굉장히 서로간의 신뢰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동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실제 이익도 크게 발생하지 않으면서 펀드 판매 당시 경영진과 판매 실적이 좋은 직원에 성과평가는 다 하고, 나중에 뒷처리하는 과정에서 경영진과 소속 업무 담당 직원만 홍역을 치른다. 결과적으로 제로섬 정도로 금융신뢰가 훼손되는 것을 요즘 우리가 겪고 있는게 아닌가" 반문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금융당국은 금융사고 발생시에 기존 경영진에게 지급한 성과급을 환수하는 '클로백'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한편 서울 중구 더플라자에서 진행된 이날 조찬 강연회에는 은행, 금융투자, 보험, 2금융권 등 금융권 CEO·CCO가 총출동했다. 이 원장의 1시간여 강연 후 소비자보호와 관련한 CEO들의 질문도 이어졌다.

강호병 머니투데이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2021년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제정돼 법적인 틀이 마련되고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한 금융회사의 시스템이 과거 대비 많이 갖춰졌다"면서도 "금융이 점점 디지털화가 되고, 실손의료보험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취약계층의 금융피해 등도 이어져 금융소비자보호는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상품 설계단계에서 소비자보호 체계를 갖춰야 나중에 신속하게 수습도 할 수 있다"며 "금융당국과 금융회사간의 긴밀한 소통이 어느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호병 머니투데이 대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한 내빈들이 19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 초청 금융소비자권익증진 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