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금융 앞두고…'1500원 턱밑' 고환율에 고개드는 연말 대출절벽

이병권 기자
2025.11.25 16:13
11월 원 달러 환율 추이/그래픽=김지영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를 넘나들면서 금융권의 연말 대출여력 축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은 환헤지 등을 통해 자본비율을 방어하고 있지만, 고환율이 길어질 경우 건전성 지표가 흔들리면서 기업대출 등 위험자산 운용에 제약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이날 주간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 1472.4원을 기록했다. 3거래일 연속 1470원선으로 1500원대를 위협하고 있다. 대미투자와 개인·기관의 해외주식 투자 규모 확대로 달러 수요가 높아진 점이 환율을 떠받드는 중이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대출 평가액이 커지면서 위험가중자산(RWA)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CET1(보통주자본)비율 등 핵심 자본건전성 지표가 하락해 대출운용과 주주환원 정책에 영향을 준다.

은행과 금융지주들은 환율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환율민감자산을 점검하고 환헤지를 병행하며 자본비율을 관리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대응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환헤지는 비용 부담이 있고 효과도 점차 낮아지는 만큼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워서다. 고환율이 계속 이어질 경우 은행들이 RWA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대출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개인사업자 대출은 RWA 부담이 큰 자산으로 분류돼 대출축소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실제 지난해 '12.3 계엄' 이후 환율이 폭등하자 은행권은 개인사업자·중소기업 대출부터 잔액을 줄였다. 건설업처럼 해외 원자재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의 영업 환경이 더 나빠질 것이란 전망도 대출을 인색하게 만들었다.

4대금융, RWA(위험가중자산) 잔액 추이/그래픽=윤선정

이미 주요 금융지주의 RWA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 또한 연말 결산 전 대출 축소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KB금융그룹은 올 3분기 RWA 잔액이 전 분기 대비 5조원 늘었고, 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도 각각 8조원씩 증가했다. 당시 환율 수준이 지금보다 낮았던 점을 고려하면 연말 고환율은 RWA 증가 속도를 더 높일 가능성이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고환율을 겪으면서 버퍼를 확보하고 대응 체계를 갖췄으나 환율흐름이 장기화하면 결국 대출 운용을 조정해 RWA를 관리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며 "가계대출에 이어 기업대출도 필요에 따라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생산적 금융' 확대가 은행권의 건전성 관리 방침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특히 생산적금융의 모험자본 등은 위험가중치가 기업대출보다 높아서 공급을 늘릴 수록 건전성 관리에 어려움이 더해진다. 지난 24일 대한상공회의소 금융산업위원회에서는 기업대출 관련 위험가중치를 완화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정부가 환율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까지 동원하는 등 대책을 찾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환율이 단기간 내 안정을 찾기는 어렵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위재현 NH선물 연구원은 "당장 시장이 고민해야 할 부분은 연금보다 개인·기관의 수급"이라며 "국내 전체 해외주식 투자 잔액에서 개인과 기관이 보유한 규모가 국민연금 비중보다 커서 수급 불안이 쉽게 사라지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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