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와 주요 저축은행이 책무구조도 시범사업 참여를 검토 중이다. 책무구조도는 제출하는 순간부터 바로 적용되며 '롯데카드 해킹 사태'와 같은 금융사고가 재현되면 CEO(최고경영자)는 제재를 피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책무구조도를 조기에 제출하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용카드사들은 오는 4월10일까지 책무구조도를 조기에 제출해 시범적으로 이를 운용할 계획이다. 자산 총액 5조원 이상 여신전문금융사는 오는 7월2일까지 금융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한다. 국내 8개 카드사는 모두 이 기준을 넘는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대표이사와 임원의 의사결정·리스크 관리·내부통제 등 책임 및 역할을 명시한 문서다. 책무구조도에 기술된 내부통제 관리 의무를 소홀히 했다면 CEO도 신분 제재를 피할 수 없다. 책무구조도를 조기에 제출해 시범사업에 참여한다면 정식 도입 전까지 금융당국으로부터 자문과 제재 면책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가장 움직임이 빠른 건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다. 금융그룹 차원에서 책무구조도를 준비할 때 함께 작성할 수 있었다. 앞서 책무구조도 제도가 처음 도입됐을 땐 신한은행이 금융권에서 가장 처음으로 제출했었다.
신한카드도 그룹 차원에서 책무구조도를 작성할 때 같이 준비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아직 카드사에는 금감원 별도 통보가 없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제출한 건 아니다"며 "금감원 가이드라인에 따라 철저히 준비해서 문제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B국민카드는 책무구조도 사전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말 이미 책무구조도 작성을 완료했다"며 "보완할 부분은 보완하고, 시범사업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업계 카드사도 책무구조도 준비에 한창이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책무구조도 관련 컨설팅을 받고 현재 작성을 마무리하는 단계다. 오는 4월까지 제출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카드 관계자도 "상반기 시범 운영을 거쳐 7월 공식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형 저축은행들도 책무구조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지주계열 저축은행을 제외하고 가장 빠른 곳은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이다.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컨설팅 업체를 선정하면서 책무구조도 작성 준비를 시작했다. 현재 시범사업 참여를 검토 중이다.
업계 2위 OK저축은행은 지난해 10월부터 컨설팅 업체 선정에 나섰다. OK저축은행은 저축은행중앙회의 업계 표준 책무구조도 마련 TF(태스크포스)에도 참여했었다.
책무구조도가 제출된 순간부터 금융사 대표와 임원에게는 내부통제 관리 의무가 부과된다. 관리 조치 미이행으로 내부통제에 실패하면 해당 대표와 임원은 신분 제재를 부과받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카드업계의 큰 사고였던 롯데카드 해킹 사태가 또다시 발생한다면 해당 금융사 대표와 관련 임원은 제재받을 수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실무적인 관점에서 시범사업에 참여해야 피드백을 받을 수 있고, 개선할 부분을 찾을 수 있기에 참여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조기 제출이 사실상 강제적으로 느껴진다는 의견도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조기 제출 시 제재 면책이 가능하다는 건 결국 4월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라는 의미로 읽힐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