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들이 원화예금 금리보다 높았던 달러예금 금리를 연 0%대로 낮추는 등 환율 방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환율 관리 정책에 따라 달러예금 잔액도 큰 폭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오는 30일부터 'SOL트래블 외화예금' 특별금리를 조정한다. 달러예금 금리는 기존 연 1.5%에서 연 0.1%로, 유로화예금은 연 0.75%에서 연 0.02%로 낮아진다.
하나은행 '트래블로그 외화통장'의 예금 이율도 오는 30일부터 변경된다. 미국 달러예금 금리는 기존 연 2.0%에서 연 0.05%로 조정된다.
이에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15일부터 '위비트래블 외화예금'의 달러예금 금리를 연 1.0%에서 연 0.1%로 인하했다.
미국 기준금리에 연동하는 달러예금 금리는 당초 원화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았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만큼 달러예금 금리를 더 높게 얹어주기 때문이다.
이같은 금리 결정 구조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이 잇따라 달러예금 금리를 연 0%대로 인하한 건 정부의 환율 방어 정책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사실상 이자를 주지 않는 연 0%대 금리로 내려가면 개인이나 기업 입장에선 예금 형태로 달러를 쌓아놓을 유인이 사라진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달러 수요를 억제하려는 정부 차원의 고민에 동참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도 "외화예금 유입의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SOL트래블 등으로 외화 관련 특화된 신한은행이 앞장서게 됐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9일 시중은행 임원들을 소집해 달러예금 상품의 마케팅 자제 방침을 전달하기도 했다. 또 시중은행에 원화 환전 수요 확대를 위한 방안을 주문했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오는 26일부터 다음 달 25일까지 외화예금을 원화로 바꾸는 개인과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환율을 90% 우대하는 '외화 체인지업 예금'을 판매하기로 했다.
고환율에 대응하는 정부 노력에 따라 최근 달러예금 규모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달러예금 잔액은 632억482만달러다.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달에만 약 69억4500만달러 급증했지만 한 달도 되지 않아 다시 25억달러가량 줄었다.
특히 달러예금 80%가량을 보유한 기업들이 잔액을 크게 줄였다. 지난달 기업 달러예금 잔액은 524억1643만달러였지만 이달 22일에는 498억3006만달러로 25억8637만달러 감소했다. 같은 기간 개인의 달러예금 잔액은 소폭인 약 1억달러 증가했다.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 추가적인 환율 관리 대책을 요구할 수 있다. 당장 오는 26일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은행연합회 정기이사회 이후 만찬에서 주요 은행장들과 만난다. 이 위원장이 은행연 만찬에서 은행장들을 만나는 건 취임 이후 처음이다. 환율 관리 대책에서 은행의 역할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장들과 식사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차원의 자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