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고 원/달러 환율이 17년 만에 장중 1500원을 넘어서자 시중은행들의 여신 건전성 관리에비상등이 켜졌다. 생산적 금융으로 기업대출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 급등으로 국내 기업의 수익성이 저하되면 은행의 자산 건전성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7.3원 상승한 1501.0원으로 시작했다. 환율이 주간거래에서 장중 1500원을 넘은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2일(고가 1500원) 이후 17년 만이다.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는 전쟁 이전 배럴당 약 72달러에서 현재 100달러를 넘어서며 40% 이상 급등했다.
주말 사이 미국이 이란 원유 핵심 터미널인 하르그섬을 공격하면서 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기업의 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오를 경우 국내 제조업 생산 비용은 평균 0.7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석유제품 산업(6.3%), 화학제품(1.59%) 등의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854조3288억원으로 집계됐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강화 기조에 힘입어 전월 대비 6조9759억원 증가한 수치다. 구체적으로 대기업 대출이 4조1372억원, 중소기업 대출이 2조1592억원, 개인사업자 대출이 6794억원 증가했다.
은행권은 중동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유가와 환율 변동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고 업종, 산업별 파급 영향을 파악하는 것이다.
KB국민은행은 전쟁 확전에 따른 유가·환율 등 주요 지표에 대해 유관부서별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업종별 리스크 영향도를 분석하고 있다. 특히 자본 적정성 지표 관리를 위해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 지표를 도입하는 등 위험가중자산 관리도 진행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그룹 차원에서 환율의 추가적 상승 가능성을 감안해 임계점 수준별 컨틴전시 플랜을 준비하고 있다. 자본적정성·고유자산·고객자산, 유동성 등 부문별 대응방안을 실행 중이다. 이란 사태 후 주 단위 정례회의도 신설했다. 신한은행은 1일 원/달러 환율이 1일 2.5%, 10일 5% 이상 변동할 경우를 임계점으로 설정하고, 정밀 모니터링 중이다.
하나은행은 그룹 C레벨 차원의 위기관리 대응 회의를 수시로 개최하고 BIS 비율 관리, 유가 및 환율 민감 업종 등 취약 업종에 대한 관리 강화, 단기자금 경색에 대비해 외화예금 유동성 현황을 점검하는 등 비상대응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그룹 차원에서 위기대응협의회를 열고 유동성과 자금시장, 중동 리스크 관련 익스포저 현황을 수시로 점검 중이다. 농협금융은 이번주부터 지주 회장 주재로 금융시장 점검 회의를 매일 열고 한도 관리와 건전성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의 영향은 기업이 디폴트 선언을 해서 빚을 못 갚게 되는 때 후행적으로 최종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일단은 선제적으로 리스크 헤징을 위해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한편으론 이번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수출 기업들의 만기연장 등 지원책을 확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