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삼성전자, 네이버페이, 야놀자 등 거대 IT·유통 플랫폼과 손잡고 '결제 동맹'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전자의 충전식 간편결제 서비스 가입자가 출시 5개월 만에 약 200만명에 육박한 가운데 이들을 은행 고객으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이다. 간편결제 플랫폼을 고금리 시대 귀한 저원가성 예금 조달 창구로 활용하며 수신 확보 전쟁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해 10월 출시한 삼성월렛머니·포인트 가입자 수는 지난달 30일 기준 약 196만명으로 200만명에 육박한다. 우리은행은 5개월째 삼성월렛머니·포인트의 연계 상품을 출시하며 고객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라는 플랫폼 파워를 활용해 금융상품 접근성을 높이고 자연스럽게 계좌 개설과 자금 유입이 이어지도록 설계했다.
우리은행은 업계 최고 수준의 포인트 혜택과 예금 금리를 무기로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삼성월렛머니 우리 통장'을 연결해 토요일에 온라인으로 결제하면 결제금액의 11%를 적립할 수 있다. 10만원을 쓰면 1만1000원을 포인트로 돌려받는 셈이다. 우리은행은 삼성월렛머니 우리 통장 가입자 7만5000명, 우리 적금 가입자 2만9000명을 확보했다.
우리은행 입장에서 삼성월렛과의 제휴는 저원가성 예금을 조달한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우리은행은 삼성월렛머니·포인트의 충전금 정산을 전담하는 3년 단독 계약을 체결했다. 간편결제 충전금이 우리은행에 상시 유입되는 구조다. 플랫폼 결제 자금을 예금으로 끌어오는 전용 조달 통로를 선점했다는 점에서 경쟁사 대비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은행은 여행과 쇼핑 결제로도 뻗어가고 있다. 우리은행은 네이버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Npay머니 기반 상품을 지난해 8월 출시하고 통장 가입자 29만6000명, 적금 가입자 14만1000명을 확보했다. 야놀자의 서비스인 'NOL(놀)머니'의 고객은 4만1000명가량이 우리은행 계좌를 결제 계좌로 등록했다.
플랫폼 확장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GS25와 제휴를 맺고 삼성월렛머니 서비스 내 직가맹점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무신사와 다이소 등 주요 유통 플랫폼과도 제휴를 앞두고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결제 사용처가 확대될수록 이용자를 묶어두는 효과가 크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이번 협력을 금융 플랫폼 확장을 넘어 미래 금융 생태계 선점을 위한 승부처로 보고 있다.
정 행장은 지난해 10월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삼성월렛 이용자가 우리은행 계좌로 손쉽게 충전·결제를 이용하게 함으로써 결제 시장 입지를 넓힐 기반을 마련했다"며 "결제와 디지털 자산 생태계가 하나로 연결되는 흐름 속에서 우리은행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의 형태가 바뀌면 영업 방식도 달라진다"며 전 직원이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같은 달 영업본부장 회의에서도 정 행장은 "삼성월렛머니 제휴는 단순한 협업이 아니다. 향후 10여년을 좌우할 전략적 승부처"라고 했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지난해 연계 시스템 구축을 위해 2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하는 등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