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민간 부실채권 처리회사 '상록수제일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상록수)를 두고 "원시적 약탈금융"이라고 강도 높게 지적하자 금융사들이 일제히 관련 채권 매각을 결정했다. 금융당국은 상록수 주주들을 만나 새도약기금 참여를 설득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법률 개정 등고 검토하기로 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록수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인 신한카드(30%)와 우리카드(10%), 하나은행(10%), KB국민은행(5.3%) 등은 이날 상록수가 보유한 자사의 장기연체채권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새도약기금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상록수는 23년 전 카드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설립된 민간 부실채권 처리회사(배드뱅크)다. 당시 발생한 20년 넘은 장기연체채권을 지금도 보유한 채 고금리를 적용하면서 연체자 채무 부담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는다. 장기연체채권을 정리해주는 새도약기금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이 대통령은 이날 X(옛 트위터)에서 "아직도 이런 원시적 약탈금융이 버젓이 살아남아 서민들의 목줄을 죄고 있는 줄 몰랐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국무회의에선 "카드 사태 때 카드사가 모두 정부 세금으로 도움을 받지 않았느냐"며 "그 원인이 됐던 국민의 연체채권을 지금까지 참 악착같이 추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 지적에 금융사들은 잇따라 상록수 채권 매각을 결정했다. 신한카드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경제적 어려움 속에 놓인 차주 상황을 더 일찍 헤아리지 못한 점을 깊이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가장 신속하게 매각을 결정했다. 신한카드의 상록수 채권 규모는 약 2400억원으로 알려졌다.
우리카드도 "장기간 경제적 어려움 속에 놓여있던 고객의 재도약을 지원하는 것은 금융회사가 실천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라며 채권 매각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은 상록수가 보유한 장기연체채권 중 국민은행 지분에 해당하는 채권 전액을 캠코의 새도약기금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KB국민카드도 별도의 채권 잔액은 없지만 상록수 지분 보유사로서 채권 매각에 동의하기로 했다.
IBK기업은행도 상록수 채권 잔액이 없다. 장민영 IBK기업은행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콘래드호텔 기자간담회에서 "산업은행이 수탁기관이 될 텐데 (새도약기금에) 양도하는 데 동의한다고 암묵적으로나마 얘기했다"며 "지분만 남아 있고 채권 잔액은 없는 상태라 이 부분을 조속히 해결하겠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상록수의 나머지 채권을 새도약기금에 매각시키기 위해 직접 움직이기로 했다. 대통령 지시에 따라 문제 해결을 위한 법률 개정 등 방안도 검토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국무회의에서 "상록수를 이미 인지했었고, 협조 요청과 공문 발송을 지속해왔다"며 "금융사가 만든 주식회사라 주주 전체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미참여의 표면적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이익을 우선시해 소극적인 측면이 있다. 이제는 주주인 금융사를 별도로 만나 동의를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연체된 사람들은 20년 넘게 이자가 쌓여 수천만원 빚이 수억원이 됐다. 법률 개정 등 가능한 모든 대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자 이 위원장은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