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조 퇴직연금' 지각변동…증권업 반발, 금융위 해석은 변수

김도엽 기자
2026.06.16 15:36
업권별 퇴직연금 규모/그래픽=임종철

고용노동부가 은행과 보험사 퇴직연금 계좌의 ETF(상장지수펀드) 실시간 매매 허용을 검토하면서 500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시장의 지각변동이 가능성이 점쳐진다. 은행과 보험업권은 그간 급격한 증시 상승세에도 실시간 매매가 금지되면서 고객을 증권업계에 빼앗겼다고 보고 있다. 증권업계의 반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유권해석을 담당하는 금융위원회는 신중한 입장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501조40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6.1% 늘어났다. 400조원을 경신한 지 1년 만에 500조원을 돌파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업권별로는 증권사 적립금 증가 규모가 눈에 띈다. 증권사 적립금은 작년말 131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간에 견줘 26.6% 증가했다. 은행(15.4%), 생명보험(7.5%), 손해보험(7.7)% 등 업권별 기준으로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증시의 급격한 상승세에 따라 ETF 매매가 상대적으로 간편한 증권사에 고객이 몰린 것으로 분석한다. 실제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중 실적배당형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24.6%(123조3000억원)으로 전년말 17.4%(75조2000억원)보다 7.2%포인트(P) 상승했다.

은행과 보험업권에서는 실시간 매매 금지가 업권별 격차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은행, 보험, 증권사 모두 기존 본업이 아닌 퇴직연금 사업자로서 겸업허가를 동일하게 받기 때문에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2024년부터 퇴직연금가입자가 기존 운용상품을 매도(해지)하지 않고 퇴직연금사업자만 바꿔 이전할 수 있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가 개시된 점도 은행과 보험업권 퇴직연금 고객 이탈에 영향을 줬다. 고객이 같은 ETF 상품을 보유한 금융사 중에서 실시간 매매가 편한 증권사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은행권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이어지자, 은행연합회는 지난 3월 실시간 ETF 매매를 허용해달라는 의견서를 금융위에 제출하기도 했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연금 자체가 특정 상품이 아닌 제도이기 때문에 고객이 느끼는 편리성에 따라 좌우가 많이 된다"라며 "지난해와 올해 같은 증시 상황에서는 분 단위로 수익률이 달라지는데 제도가 못 받쳐줘 고객이 많이 이탈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증권업권에서는 즉각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익증권이나 일반 펀드는 은행에 허용된 업무이지만, 상장된 펀드인 ETF를 판매하는 것은 투자중개업자로서 증권사의 본업이라는 취지다.

최종 결정권을 가진 금융위는 현재까지 증권업권의 손을 들어왔다. 금융위는 2021년 실시간 ETF 매매를 허용해달라는 취지의 비조치의견서 요청에 대해 "ETF 위탁매매업무는 일반적인 펀드의 판매·환매와는 다르게 상장증권의 위탁매매에 해당되는 것으로 은행에 허용된 집합투자증권의 투자중개업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유권해석했다.

고용부가 실시간 ETF 매매를 전 업권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금융위의 해석이 변수가 될 예정이다. 금융위는 고용부에서 의견을 낼 경우 시간을 갖고 검토를 해보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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