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부분 규제할 필요가 있다. 공익을 위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삼성전자의 사내대출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을 통해 규제할 필요성이 있다며 공론화했다. 사내대출 5억원을 받은 삼성전자나 두나무 직원은 은행에서 추가대출을 받을 때 기존 5억원이 상환능력심사에서 고려되지 않는다. '갚을 능력만큼 빌린다'는 DSR 제도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합의에 따라 사내대출이 실행되면 기업의 사내대출 공급액이 5대은행의 연간 가계대출 순증액을 추월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직원 12만8000명 가운데 무주택자가 45%라고 가정하고 이들이 5억원의 대출을 받는다고 하면 총 28조8000억원이 공급된다.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사기업 근로복지기금 주택대부액은 연간 약 5조원에 달하며 민간기업이 가입한 SGI서울보증의 사내대출 보증액은 연간 1조8000억원(1~4월 공급액을 연환산)으로 추산된다.
이같이 드러난 사내대출만 합산해도 총 35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5대은행의 가계대출 순증액 32조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사실상 제도권 금융보다 제도 밖의 사내대출이 부동시장 등에 더 강력한 유동성 공급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사내대출은 금융당국이 정착시킨 DSR나 LTV(주택담보인정비율)를 무력화한다. DSR는 연간 갚아야 할 대출 원리금을 연소득으로 나눈 수치로 은행 대출을 받으려면 40%를 넘지 않아야 한다. 삼성전자의 사내대출도 결국 10년 안에 갚아야 하는 대출이지만 DSR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예컨대 삼성전자 직원의 평균급여 1억5000만원을 기준으로 연 1.5% 금리에 5억원을 빌려 10년 만기 원리금분할 상환방식으로 상환한다면 DSR는 35.9%에 해당한다. 규제비율인 40%에 육박하는 만큼 이 직원은 다른 대출을 추가로 받는 것이 어려워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DSR 0%로 간주한다.
삼성전자는 선순위 근저당 설정을 하기로 해 LTV 규제효과가 있지만 최대 5억원의 사내대출을 지원하는 두나무는 LTV 영향을 받지 않는다. 두나무는 근저당이 아니라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방식의 채권회수 조치를 했기 때문이다. 두나무 직원은 5억원 사내대출에 은행권 6억원 대출까지 총 11억원의 레버리지(지렛대)가 가능한 셈이다.
형평성 차원의 논란도 불거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내대출은 대부분 고연봉의 좋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이 누리는데 이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은행 대출도 많이 받을 수 있는 구조"라며 "총량규제로 묶여 가계대출 재원은 한정적인데 소수의 대기업 직원이 독점하는 상황은 형평성 측면에서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이 "다른 선택지가 있다"고 밝힌 만큼 금융당국 차원에서 추가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업들이 채권회수 조치를 위해 근저당을 설정하거나 보증보험에 가입하기 때문에 절차적으로는 은행들이 대출심사를 할 때 사내대출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설명이다. 결국 정부나 금융당국의 '의지'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