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경보'에 일 쉬어도 일당 걱정 없게…손보자·지자체 '기후보험' 맞손

이창명 기자
2026.07.28 04:04

삼성·메리츠·한화등 지자체 협업…일당·진단비 지급
NH농협손보는 농업 종사자 대상 개별 상품 개발까지
정부보다 빠른 보상 내세워… 업계, 새 시장확장 시각

제주도·경기도 기후보험/그래픽=김지영

손해보험사들과 지방자치단체가 '기후보험' 시장을 키운다. 특히 한여름 폭염으로 일을 쉬면 일당을 보전해주거나 온열질환 진단비를 지급하는 등 날씨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보상하는 기후보험 시장에 최근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 등 주요 손보사까지 등판해 주목된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제주도는 다음달부터 건설 일용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폭염 휴업보험을 시행한다. 폭염으로 인해 현장작업을 중단한 근로자에게 일당을 지급하는 방식의 소득보장형 기후보험이다. 제주도는 지난주에 건설 일용직 노동자를 위한 기후보험 입찰공고를 내고 5개 손보사를 선정했다. 삼성화재가 간사를 맡고 DB손보·한화손보·NH농협손보·현대해상이 참여한다.

제주도 기후보험은 국내에선 보기 드문 '지수형(파라메트릭) 보험' 방식을 적용할 예정이다. 지수형 보험이란 사전에 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실제 손해를 일일이 입증하지 않아도 정해진 보험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기후보험의 경우 기상청이 발표하는 기상특보가 발령되면 보험금이 지급되는 식이다. 일반 손해보험처럼 손해사정 절차를 거치지 않아 보험금을 신속하게 받을 수 있고 지급기준도 명확해 분쟁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제주도 건설 일용직 근로자 대상 기후보험도 오후 1시 이전에 폭염경보(일 최고 체감온도 35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가 발령돼 현장작업이 전면중단될 경우 실제 작업중지 시간에 따라 최대 4시간 소득 상실분 일부를 보장한다. 보장액은 시간당 약 1만7000원으로 알려졌다.

경기도는 지난해부터 민간보험사들과 계약하고 전국 최초로 도민을 대상으로 한 기후보험을 운영한다. 계약자는 경기도, 피보험자는 경기도민이다. 보험사는 지자체로부터 안정적인 보험료를 기대할 수 있다. 모든 도민이 별도 가입절차 없이 자동으로 보험에 가입되며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과 한랭질환, 일부 감염병 등에 대해 진단비를 지급한다.

지난해 5월 처음 도입된 경기도 기후보험에는 한화손보가 간사를 맡고 NH농협손보, 라이나손보가 참여했다. 지난 4월 갱신을 거치면서 현재 경기도 기후보험 참여사는 메리츠화재가 간사를 맡고 한화손보와 NH농협손보, 현대해상, KB손보까지 5개사로 확대됐다. 갱신 이후 보장도 확대됐다. 취약계층에 대한 보장이 늘고 중증 피해지원금이 신설됐다. 온열(한랭)질환 진단비도 10만원에서 15만원으로 인상됐다. 지자체가 보험료를 부담하고 보험사가 상품운영과 보험금 지급을 맡는 협력모델이 안착하면서 다른 지자체로도 확산할 조짐을 보인다.

개별 보험사들도 기후보험 시장선점에 나섰다. NH농협손보는 외국인 계절근로자와 농업종사자 등 폭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기후보험 상품을 개발한다. 야외작업 빈도가 잦은 업종은 폭염에 따른 건강위험뿐 아니라 작업중단으로 인한 소득감소 위험도 큰 만큼 이를 보장하는 상품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보는 셈이다.

기후보험에 참여한 한 손보사 관계자는 "자연현상으로 인한 재해가 발생하면 정부나 지자체가 피해를 보전해주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보험을 통하면 신속한 보상이 가능하다"면서 "아직 운영기간이 짧아 손해율 등을 파악하기 어렵지만 보험사 입장에선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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