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자에게 "상품권 구매실적을 쌓으면 대출이 나온다"고 접근한 뒤 체크카드와 통장을 넘겨받는 신종 보이스피싱 자금세탁 수법이 확인됐다. 사기범들은 이렇게 확보한 계좌에 다른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입금한 뒤 대형마트에서 상품권을 대량 구매해 현금화했다.
금융감독원은 10일 이 같은 상품권 자금세탁형 보이스피싱 수법이 최근 자주 확인되고 있다며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사기범들은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 직원을 사칭해 신용점수가 낮아 제도권 대출을 받기 어려운 서민들에게 접근한다. 이후 사기범들은 "카드 사용실적이 없어 대출이 부결됐으니 상품권을 반복 구매해 실적을 쌓으면 대출 한도가 나온다"며 "상품권은 우리가 대신 사줄 테니 체크카드와 통장을 맡기라"고 요구한다.
사기범들은 확보한 계좌를 또 다른 보이스피싱 피해금의 입금 통로로 사용한다. 다른 피해자에게 저금리 대환대출이 가능하다고 접근한 뒤 기존 대출을 상환해야 한다고 속이고, "법 위반 건이라 법인계좌에 기록을 남기면 안 된다"며 상환금을 앞서 확보한 피해자의 계좌로 보내도록 유도한다.
피해금이 계좌에 입금되면 수거·인출책은 대형마트 무인 키오스크에서 상품권을 대량으로 구매한다. 구매한 상품권은 현금으로 바뀐 뒤 전달책을 거쳐 가상자산으로 환전돼 해외 총책에게 송금된다.
금감원은 제도권 금융회사가 대출 심사 과정에서 특정 물품의 구매실적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상품권뿐 아니라 귀금속·외화 등 환금성이 높은 물품을 구매하면 대출 한도가 늘어난다는 안내 역시 예외 없이 사기다.
아울러 통장이나 체크카드, 비밀번호, 보안카드 등 접근 매체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거나 빌려주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금융질서문란행위자로 등록되면 상당 기간 신규 계좌 개설이나 대출 이용이 제한될 수도 있다.
또 정상적인 대환대출은 새로 대출을 취급하는 금융회사가 기존 금융회사에 직접 상환한다. 개인 계좌로 기존 대출 원금을 보내라고 요구하는 경우는 없다.
이같은 피해사례가 늘자 금감원은 제도 개선에 나섰다. 대형마트 등 상품권 발행사와 협의해 무인 키오스크의 상품권 구매한도를 기존 1회 500만원에서 1회·1일 각각 100만원으로 낮췄다. 한도를 초과해 구매하려면 매장 창구에서 대면으로 구매해야 한다.
이미 체크카드나 계좌를 넘겼다면 즉시 해당 금융회사에 카드 분실·정지 신고를 하고 계좌 거래를 중지한 뒤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상품권을 이용한 자금세탁은 피해금이 몇 분 안에 상품권으로 바뀔 수 있어 경찰이나 금융회사 콜센터에 신속하게 지급정지를 요청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