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은행·IBK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3사 노동조합이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반대하는 첫 공동 집회에 나선다. 예금보험공사 노동조합도 같은 날 전문가들과 정책토론회를 열고 서울 잔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금융권의 지방이전 반대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산하 국책은행 3사 노조는 이날 오후 7시 서울 여의도에서 '국책은행 지방이전 저지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연다. 3사 노조가 지방이전 저지를 위해 공동으로 대규모 집회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 측은 이날 집회에 국책은행 임직원 약 2000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에서 지방이전 반대 집회를 열었던 NH농협지부 간부들도 이날 집회에 참석한다. 금융노조 산하 시중은행 노조 간부들도 대부분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책은행 3사 노조는 전날 공동 성명을 내고 "금융 경쟁력을 파괴하고 국가 경제에 치명적 악영향을 끼칠 국책은행 강제 이전 검토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핵심 금융기관을 기계적으로 분산하면 정책금융의 전문성과 글로벌·전국 네트워크가 약화되고 첨단산업과 중소기업 자금 생태계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날 오전에는 예보 노조가 서울 중구 예보 본점에서 법무법인 린 금융법제연구센터와 함께 예보의 적정 입지를 논의하는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예보 노조가 의뢰한 연구에서는 금융회사와 금융당국 등이 밀집한 금융중심지인 서울에 예보 본사를 유지하는 것이 금융안정 기능을 수행하는 데 가장 바람직하다는 결론이 제시됐다.
고동원 법무법인 린 금융법제연구센터장은 "금융중심지에 대한 접근성 확보는 예보의 핵심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며 "예보를 서울에 유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예보의 지방 이전이 수도권 과밀화 해소라는 정책 목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은수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예보의 임직원은 855명, 신규채용은 연 37명으로 인구 유입효과가 미미하다"며 "근속 5년 미만 구성원은 지방 이전 시 계속 근무하겠다는 비율이 12%에 불과해 업무수행에 부정적 영향이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률과 인권의 측면에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행정부의 이전 계획이나 로드맵만으로 이전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법률의 관점에서 허용되지 않는다"며 "또 가족 공동체의 분리, 돌봄의 공백, 생활세계의 해체는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삶의 질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월 이재명 대통령은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 기관을 전국으로 분산해 집중 효과가 떨어졌다'는 취지로 언급하며 "이번에는 몰아서 보낼 생각"이라며 2차 이전 구상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도 '세종 집무실'을 언급하며 "국토 균형발전은 지속적 성장의 토양"이라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이전 기준과 대상 기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한국노총 금융노조와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는 지난달 28일 국토교통부 관계자와 면담을 갖고 선정 기준과 원칙 등을 요구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전달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