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가계대출 총량규제 목표치를 당초 1.5%에서 3%로 2배 확대한다. 은행들이 연간 늘릴 수 있는 가계대출 총량을 상반기에 모두 채워 잔금대출 등 실수요 대출 중단사태가 벌어지자 결국 총량규제를 완화키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연간 증가액은 종전 약 27조원에서 55조원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13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을 통해 올해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을 3% 수준으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당초에 올해 가계대출 연간 증가율 목표치를 전년 1.7% 보다 낮은 1.5% 수준으로 엄격하게 설정했다. 지난해말 기준 전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1852조7000억원으로 당초 목표대로라면 연간 약 27조원만 늘려야 했다. 이번 대책에서 관리 목표치를 3%로 상향함에 따라 금융회사들이 연간 늘릴 수 있는 가계대출 증가액은 55조원 수준으로 당초보다 28조원 가량 여유가 생긴다.
금융당국이 총량규제 목표치를 연중에 상향 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지난해 6.27 대책 이후 엄격한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유지해 왔으나 5대 은행을 중심으로 상반기에 이미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다 채우면서 '대출절벽' 현상이 심화돼서다. 특히 지난 6.27 대책 전에 분양 받은 신축 입주단지를 중심으로 잔금대출까지 막혀 새벽에 대출을 받기 위해 대기하는 '대출 오픈런' 사태까지 벌어져 총량규제 완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실제 올 하반기 입주 물량만 약 7만 가구에 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초 집단대출을 총량규제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고려됐으나 금융당국은 아예 총량관리 목표치 자체를 2배로 상향키로 했다. 신진창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예고되면서 지난 5월9일 전 주택거래량이 집중됐고, 5월·6월 자산시장(주식시장) 영향 등으로 신용대출이 굉장히 늘었다"며 "1.5%를 고집할 경우 불편을 호소하는 국민들이 많아 총량 수준을 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총량규제 목표치를 3%로 상향하면 실수요자들의 불편함이 크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 일각에선 추가로 확보된 약 28조원 내외의 대출엔 정책성 대출이나 신용대출이 포함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금융위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이주비 대출과 신축 입주단지 중도금·잔금대출 등 집단대출에 늘어난 자금이 대부분 쓰이도록 금융권과 협의해 관리 기준을 세우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빚투'(빚 내서 투자)를 위한 신용대출은 금융회사 자율조치에 따라 종전 대비 더 엄격하게 관리할 방침이다. 신 처장은 "총량이 2배 되는 만큼 인터넷전문은행을 포함해 2금융까지, 대출 총량이 늘어나 (대출을 받으려고) 새벽부터 불편함을 겪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량관리 목표를 상향해도 가계부채 중장기 관리 로드맵 달성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오는 2030년까지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중을 80%로 하향 안정화 하는 로드맵을 세웠다. 신 처장은 "올해 경상 성장률이 굉장히 높을 것으로 예상돼 3%로 총량관리를 높여도 중장기 관점에서 80% 수준으로 하향 안정화 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의 엄격한 관리 기조는 계속된다. 일각에선 지난해 6.27 대책 이후 적용 중인 주택담보대출 6억원 한도 제한도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종전대로 주택가격대별 주담대 한도 6억·4억·2억원 규제는 유지된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은행 기준)와 LTV(주택담보인정비율) 40%(규제지역)도 각각 그대로 적용된다.
금융당국은 또 내년부터는 고액·고DSR 주담대와 고가주택·고LTV 주담대를 많이 취급한 은행에 대해 종전 대비 위험가중치(RW)를 2~4배 상향해 자본부담을 높이는 한편 가계부채 리스크(위험)에 대한 추가 자본적립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