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에 치매·간병보험 질주…보험사는 '팔수록 고민'

이창명 기자
2026.08.17 07:00
치매 및 간병보험 3년간 가입건수 및 가입금액/그래픽=김지영

고령화로 인해 보험사들이 치매와 간병을 보장하는 상품 판매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신계약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해지계약도 꾸준히 나오면서 보험계약을 유지해야 하는 보험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7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치매 및 간병보험 가입 건수는 2023년 37만9000건에서 지난해 49만6000건으로 늘었다. 매년 신계약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보유계약은 같은 기간 360만9000건에서 352만8000건으로 오히려 줄었다. 신계약이 가파르게 늘어도 해약이 이보다 더 많아 누적 보유계약건수가 오히려 감소한 셈이다.

이는 치매·간병보험 시장이 외형적으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보험사들이 확보한 계약을 장기간 유지하는 데는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특히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보험은 보험료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경우가 많아 가입 이후 계약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험사들도 우려가 적지 않다. 고령화로 치매와 장기요양에 대한 잠재적인 보험 수요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치매 이후 발생하는 간병과 돌봄 비용까지 보험으로 보장하려는 수요를 충족하려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돼가고 있어서다. 특히 치매 진단 이후 필요한 간병 비용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보험사를 압박하고 있다.

치매 및 간병보험 3년간 보유계약 추이/그래픽=김다나

이에 보험사들은 담보를 축소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보험으로 받을 수 있는 최대금액을 뜻하는 가입금액은 2023년 3조2179억원에서 지난해 2조8358억원으로 감소했다. 초기에 고보장 상품을 공격적으로 판매했다가 보험사가 상품구조를 보수적으로 변경했거나 보험료 부담이 커진 가입자들이 스스로 보장을 낮춘 것으로 추정된다. 치매 및 간병보험에서 수익을 내지 못한다고 보는 일부 보험사들은 치매나 간병보험보다 유병자보험(간편심사보험)에 좀 더 신경을 쓰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수천만원의 비용이 드는 치매 신약을 보장하는 상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금융당국이 치매보험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월 치매 치료비를 최대 4000만원까지 보장하는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자 손해율 산정 근거 등에 대한 내부 자료 공개를 요청했다. 이는 최근 보험사들이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늦추는 레켐비와 같은 신약의 치료비 보장을 내세우며 가입자를 모집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보험사 입장에서는 치매·간병보험은 놓치기 어려운 시장이다. 신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중요성이 커진 보험계약마진(CSM)을 확보할 수 있는 장기 보장성보험이기 때문이다.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을 보험기간에 걸쳐 인식하는 CSM의 특성상 장기간 위험을 보장하는 치매·간병보험은 신계약 CSM 확대에 활용할 수 있는 상품군으로 꼽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고령화 영향으로 노인 절대인구가 계속 많아지고 있고, 치매 발생 시 여러 가지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아서 가입자는 꾸준히 나온다"면서 "초기 상품에 비해 현재는 상품담보 축소가 일부 이뤄졌고, 계약 유지도 쉽지 않아서 보험사들마다 고민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