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금융권 보이스피싱 의심정보 공유 플랫폼 'ASAP'을 통해 600억원대 피해를 사전에 막은 데 이어 금융·통신·수사기관 간 공조를 본격 확대한다. 앞으로는 전 금융권 대포통장 실태를 파악하고 법무부·국세청·경찰청 등과 필요한 조치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한다.
금융위원회는 20일 오전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제2차 보이스피싱 근절 협의회를 열고 보이스피싱 정보공유·분석 인공지능(AI) 플랫폼 'ASAP' 가동 현황과 향후 과제를 점검했다.
ASAP은 지난해 10월 은행권이 보유한 보이스피싱 의심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출범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9개월 동안 은행권 의심정보 46만3000건이 공유됐다. 이를 토대로 7009개 계좌가 지급정지됐다. 금융당국은 이를 통해 663억6000만원의 피해를 사전에 막았다고 설명했다.
이달 4일부터 개정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 시행되면서 정보공유 범위는 금융권에서 통신·수사 분야로 확대됐다. 금융회사와 통신사, 수사기관이 보유한 의심정보를 ASAP을 통해 주고받아 계좌정지와 통신차단, 범인검거 등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법 시행 이후 통신사들은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전화번호 등 100여건의 정보를 ASAP에 공유했다.
금융회사들은 통신사와 수사기관에서 받은 정보를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에 접목하고 있다. 실제로 은행이 다른 금융사의 의심계좌 정보와 경찰청의 원격제어 악성앱 설치 정보, 통신사의 신규 휴대전화 개통 정보를 함께 확인해 피해자의 송금을 차단한 사례도 나왔다.
민간 영역에서 협업도 확대한다. 우리은행은 보이스피싱을 탐지하는 FDS와 자금세탁방지(AML) 부서 간 데이터를 연계하는 통합대응체계를 구축했다. 지난 3월 말부터 지난달까지 AML 시스템에서 포착한 타행 의심계좌 576건을 ASAP에 공유했다. LG유플러스는 경찰·은행과 협업해 악성앱 제어 서버를 탐지하고 피해 예방에 활용하고 있다.
금융위는 대포통장 근절을 위한 추가 대책도 추진한다.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대포통장 실태를 조사한 뒤 법무부·국세청·경찰청 등과 협업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신규 대포계좌 발생을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도 병행할 계획이다.
권 부위원장은 "ASAP의 가장 큰 의의는 기술적 플랫폼 자체보다 그간 서로 단절됐던 금융·수사·통신 분야가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방식을 통해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돼 실질적으로 협업하게 됐다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부처·기관·업권 간 협업의 깊이를 더해 보이스피싱을 비롯한 금융범죄 피해를 줄여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