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가 급등으로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식의 평가액이 크게 불어나면서 우리나라의 순대외금융자산이 1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급감했다. 한국은행은 해외에 보유한 자산이 오히려 역대 최대 폭으로 증가한 데다 대외차입이 늘어난 결과도 아닌 만큼 대외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26년 2분기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우리나라의 순대외금융자산은 640억달러로 지난 3월 말보다 6895억달러 감소했다.
순대외금융자산은 국내 거주자가 해외에 보유한 금융자산에서 외국인이 국내에 보유한 금융자산을 뺀 금액이다. 1994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잔액은 우리나라가 순대외금융자산국으로 처음 전환한 2014년 3분기 이후 가장 적었다.
순대외금융자산은 2024년 말 처음으로 1조달러를 넘어섰지만 지난해 말 8857억달러, 올해 1분기 7536억달러에 이어 2분기에는 640억달러까지 줄었다.
2분기 말 대외금융자산은 3조843억달러로 전분기보다 2017억달러 증가했다. 분기 증가 폭으로 역대 최대이며 잔액이 3조달러를 넘어선 것도 처음이다.
거주자의 해외 증권투자는 1427억달러 증가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순매수가 이어진 가운데 글로벌 증시가 상승하면서 해외 지분증권 평가액이 1462억달러 늘었다. 대미 지분투자 지속으로 직접투자도 208억달러 증가했다.
그러나 대외금융부채가 이보다 훨씬 큰 8912억달러 증가하면서 순대외금융자산을 끌어내렸다. 대외금융부채 증가 폭 역시 역대 최대다.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 잔액은 8593억달러 늘었다. 외국인이 2분기 국내 주식을 639억달러어치 순매도했지만 코스피가 5052.5에서 8476.5로 67.8% 급등하면서 외국인 보유주식 평가액이 9120억달러 불어난 영향이다.
2분기 순대외금융자산 감소분 6895억달러를 요인별로 보면 주가와 환율 등 비거래 요인이 7879억달러 감소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매매와 대출 등 실제 거래 요인은 순대외금융자산을 984억달러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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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관계자는 "국내 주가와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주가가 함께 상승했다면 자산과 부채가 동시에 늘어 차이가 크지 않았을 것"이라며 "미국 주가는 10% 정도 오른 반면 국내 주가 상승률은 60%를 넘은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감소는 우리나라 기업의 실적 개선에 따른 기업가치와 국부 증가에 기인한 것"이라며 "역대 최대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와 대외금융자산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외충격 흡수 능력은 양호하다"고 말했다.
대외금융부채에는 외국에서 빌린 돈뿐 아니라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식과 직접투자 지분도 포함된다. 주가는 올라도 발행기업이 상승한 주가만큼 외국인 주주에게 돈을 지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은 관계자는 "해외자산이 소진되거나 대외차입이 늘어난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대외충격 발생 시 해외자산 매각과 국내 환류를 통해 외환 수급을 확충할 수 있는 기능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순대외금융자산 감소를 외환시장 불안으로 연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 받을 원리금에서 해외에 갚아야 할 원리금을 뺀 순대외채권은 오히려 증가했다. 2분기 말 순대외채권은 3678억달러로 전분기보다 23억달러 늘며 3개 분기 만에 증가 전환했다.
대외채권은 1조1806억달러로 407억달러 증가했다. 수출 호조로 무역신용이 늘어난 데다 기업들이 받은 수출대금을 원화로 환전하거나 사용하기 전 국내 은행에 예치하면서 금융기관의 해외 예치금도 증가했다.
대외채무는 8128억달러로 384억달러 늘었다. 단기외채가 150억달러, 장기외채가 235억달러 각각 증가했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46.5%로 전분기보다 3.1%포인트 상승했다. 2011년 2분기 이후 약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외채무에서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중도 24.4%로 0.7%포인트 올랐다.
다만 단기외채 증가는 과거 위기 때 문제가 됐던 해외 차입보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자금이 원화 예수금과 미지급금 형태로 국내에 남아 확정채무로 분류된 영향이 컸다.
문상윤 한은 국외투자통계팀장은 "외국인 주식 매도와 관련한 단기외채 증가분을 제외하면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전분기와 큰 차이가 없다"며 "이를 외화유동성 문제로 연결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 순대외채권도 전분기보다 190억달러 증가한 4884억달러로 높은 수준"이라며 "단기 자금의 급격한 유출에 따른 외화유동성 부족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