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이 영국 로이즈 보험시장 진출을 추진하면서 국내 대형손보사들의 글로벌 사업 확대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구본욱 KB손보 대표가 다음달 영국 로이즈를 방문해 현지 사업을 점검할 예정이다. 지난 3월 KB손보 영국 로이즈 진출 계획안이 이사회 승인을 마친 이후 구체적인 진출 방안과 현지 사업 기회를 직접 살펴보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KB손보는 로이즈 시장 진출을 통해 글로벌 특수보험 시장에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로이즈는 일반적인 보험회사가 아니라 보험(위험)을 사고파는 세계적인 보험시장이다. 여러 보험 인수 주체가 참여해 항공·해상·에너지·사이버·대형 재해 등 일반 보험사가 다루기 어려운 전 세계 특수보험들이 거래된다. 그만큼 국내 보험사의 로이즈 진출은 단순히 영국에서 보험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글로벌 특수보험 시장의 언더라이팅(심사) 역량과 네트워크를 확보한다는 의미가 있다.
삼성화재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삼성화재는 2019년부터 영국 로이즈의 특수보험사 캐노피우스에 투자해 지분을 꾸준히 확대했고, 현재 지분 약 40%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올해 상반기 캐노피우스에서 발생한 삼성화재의 지분법 이익은 1685억원에 달한다. 상반기 전체 순이익 1조3740억원의 약 12%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 5월엔 DB손해보험이 16억5000만달러(2조3500억원)에 미국 특수보험사 포테그라 지분을 100% 인수해 글로벌 사업 확대에 나섰다.
보험업계에선 KB손보의 로이즈 진출도 해외 특수보험 시장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KB손보 관계자는 "로이즈 진출은 선진 금융시장에 진입한다는 점에 의미가 있고,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좀 더 살펴봐야 한다"며 "당장 삼성화재처럼 현지 보험사 지분투자 형태의 진출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메리츠금융도 해외 진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 김용범 메리츠금융 부회장은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우리 자신을 뛰어넘기 위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인수합병(M&A) 같은 기회도 이전보다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사업영역을 넓히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주당 가치를 극단적으로 높일 기회를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리츠금융 내부에서는 그간 해외 진출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호주의 금융사 맥쿼리의 사업모델을 주목해왔다. 실제 김 부회장은 회사 안팎에서 "변방인 호주 국적 금융회사가 특정 영역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라며 맥쿼리를 높이 평가해왔다. 호주 시드니에 본사를 둔 맥쿼리는 도로·철도·공항 등 인프라 투자를 중심으로 글로벌 금융회사로 성장했고, 인프라투자 분야에서 글로벌 1위 회사로 알려져 있다.
메리츠금융 관계자는 "아직 해외 진출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진행 중인 것은 없지만, 그간 경영진들도 국내 사업만으로 성장하기는 어렵다고 봐왔다"며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금융회사들의 경영전략 등에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